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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환율 쏠림심리 잠재워야

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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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이른바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로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카드를 꺼냈다. 기존에 보유했던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국내 증시에 장기투자를 하면 일정 한도에서 해외주식 양도세 20%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정부가 감세 카드를 쓰면서까지 서학개미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증시 활성화가 목적은 아니다. 부동산과 더불어 이재명 정부의 아픈 손가락으로 달러-원 환율 상승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원화를 둘러싸고 각종 괴담까지 나돌 정도로 원화 약세가 경제문제를 넘어 중요한 정책 이슈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한미일 정책 공조의 성과로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으로부터 "원화 약세가 한국의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는 이례적인 발언까지 끌어냈으나, 정작 원화 약세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국의 노력에도 서학개미들은 국장으로 돌아오기는커녕 해외주식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미국 주식 보관액은 1천718억달러(약 253조2천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1천636억달러(약 241조1천억원)와 비교해 82억달러 이상 늘었다. 결국 정부가 서학개미의 유턴을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음에도 새해 들어 12조원 이상을 늘어난 셈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현물환 일평균 거래량이 70억~80억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급 측면에서 고스란히 달러-원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원 환율 하락을 해외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외환 당국자의 입에서 나올까. 달러-원 환율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각종 조치는 백약이 무효다. 서학개미의 입장에서는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손해를 보진 않는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환율이 오르면 굳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이유도 사라진다.

외환딜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달러-원 흐름을 바꿀 기회가 몇차례 있었으나, 당국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이렇다 보니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달러를 저점에서 매수하는 관행이 되풀이된다고 것이다. 이 딜러는 한국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원화가 저평가됐다는 원론적인 소리만 반복할 게 아니라 가끔은 제대로 된 '실력행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다 강력한 시장개입을 통해 시장에 만연한 환율상승 기대심리를 뒤흔들고, 일방적인 쏠림현상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물론 당국의 입장에서야 시장참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개입에 사용되는 실탄은 기본이고, 시장개입의 성공 여부나 개입에 따른 국내외 파장 등도 다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이 수개월째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작년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280억5천만달러로, 전월보다 26억달러나 감소했다. 당국이 달러-원 환율의 상승을 막기 위해 적지 않은 달러를 사용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개입에 필요한 자금을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접근과 함께 단기적으로 수급 불균형과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꺾을 조치들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공조는 기본이다. 아울러 개입할 때도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과감한 결단과 행동의 타이밍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과거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외환 당국자들이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환율 전쟁의 최전선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당국자들이 어설픈 코멘트가 아니라 외환시장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무기로 시장과의 심리전에서 이기고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실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주길 기대해본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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