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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5천피 축포도 아직인데…6천피 내뱉은 정은보

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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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코스피가) 5,000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 너머인 6,000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때이른 축포를 쏘아 올렸다. 코스피 5,000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6,000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0일 공개된 블룸버그티비 인터뷰를 통해서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새 정부가 공언한 내용이 코스피 5,000이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숫자는 새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손에 닿을 듯한 지점까지 도달했다. 아직까진 도달이 아닌 기대의 영역이다.

시장 안팎의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시장을 관리하고 설계하는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도 무척 설레는 사건이다. 그러나 아직 '5천피'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해외 매체를 통해 '6천피'를 언급한 건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왜 지금이었을까.

거래소 수장의 역할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사장은 시장을 전망하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정치인도 아니다.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관리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지수 숫자를 직접 입에 올리는 순간, 거래소의 중립이 흔들리게 된다. 숫자는 해석을 낳고, 해석은 기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기대는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곧 책임으로 돌아온다.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 증시의 잠재력을 설명하는 창구라는 점에서 외신 인터뷰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5,000을 향한 변동성을 온몸으로 견뎌온 쪽은 국내 투자자들이다.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불신, 상장폐지 기준의 일관성 논란, 지배구조 개선의 체감 부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투자자에겐 기대뿐 아니라 불안도 공존한다. 그런 시장에서 거래소 수장이 먼저 해외를 향해 더 큰 숫자를 던지는 장면은 누구를 위한 메시지였는지 묻게 만든다.

거래소 수장이 6,000이라는 수를 말하는 순간, 숫자는 전망을 넘어 약속처럼 들린다. 5,000이라는 눈앞에 두고 시장의 신뢰를 다져야 할 상황에서 필요한 언어는 숫자가 아니다.

진짜 필요했던 메시지는 따로 있다. '좀비'라 불리는 부실기업 퇴출에 대한 구체성이다. 퇴출 기준을 어떻게,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좀비기업 퇴출은 2024년 정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3년째 반복되는 메아리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좀비기업을 퇴출하겠다고 일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장이 체감하는 속도는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2029년까지 부실기업 230곳 퇴출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퇴출 기준 상향만으로 2029년까지 약 230개 기업이 상장폐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 했다.

지수 목표는 해외에서 화려하게 제시하면서, 정작 시장 정화라는 궂은일은 '2029년'이라는 먼 미래로 미루고 있는 태도로 비칠까 우려된다.

'좀비기업 정리'는 구호가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를 어느 속도로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속도에서 나온다.

거래소 이사장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몇 포인트를 갈 것"이냐 보다 "어떤 시장을 만들 것인가"다. 지수의 높낮이보다 시장의 규칙과 무게감이어야 한다.

축포는 결과라는 땅 위에서 터져야 한다. 과정의 한복판에서 숫자부터 앞세우는 순간, 시장은 성과가 아닌 말의 잔치를 보게 된다.

시장에서 거래소는 선수가 아닌 심판이다. 심판이 스코어에 관여하면 경기는 신뢰를 잃게 된다. (증권부 양용비 기자)

개장식사하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식사를 하고 있다. 2026.1.2 jin90@yna.co.kr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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