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0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위협을 가하자,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동반 급락했다. 미국 국채 장기금리가 뛰어오른 것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대표지수인 S&P 500과 나스닥은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3대 지수는 2거래일 연속 동반 하락했다.
미 국채가격은 장기물의 급락 속에 혼조세를 나타냈다. 2년물은 소폭 오르면서 방향을 달리했다.
일본 재정 악화 우려로 일본 국채(JGB) 장기물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미 국채 장기물 매도세를 증폭시켰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 자산 매도로 보복에 나서는 '자본 무기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미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장 진화에 나서면서 장기물 약세는 약간 누그러졌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요국을 상대로 관세 위협을 가하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98대 중반으로 밀렸다.
엔은 달러 급락에도 일본의 재정 문제가 더욱 부각되자 약세 압력을 받았다.
뉴욕 유가는 1% 넘게 상승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유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양호하게 나오면서 유가 수요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받았다.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0.74포인트(1.76%) 떨어진 48,488.5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43.15포인트(2.06%) 급락한 6,796.86, 나스닥종합지수는 561.07포인트(2.39%) 내려앉은 22,954.32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는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에 반대하며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내달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럽연합(EU)도 930억유로 규모의 대미(對美) 관세 패키지로 대응하는 한편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 대응조치(ACI)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CI는 EU 회원이 아닌 제3국이 EU나 특정 회원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경우 EU 차원에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맞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법적 장치로 '경제 핵무기'로 불린다. ACI가 발동되면 해당국에 대해선 무역 및 투자 제한, 금융 서비스 활동 제한 및 공공 조달 참여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제한 등의 제재가 부과된다.
가뜩이나 인공지능(AI) 거품론과 최근 반도체주 급등으로 고점 부담을 느낀 증시 참가자들은 그린란드 갈등을 투매 재료로 삼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트럼프가 불필요한 갈등을 키우며 관세로 위협하는 것에 시장은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그린란드 갈등을 두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유럽을 향해 "왜 그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느냐"며 "히스테리를 진정하고 심호흡 한 번 하라"고 권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웰스스파이어의 브래드 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관세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그린란드 문제 또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도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관세를 무기화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불안정성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보면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금융과 사업, 임의소비재, 통신서비스, 기술, 부동산은 2% 안팎으로 급락했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은 모두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4% 넘게 떨어졌으며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 메타는 3% 안팎으로 내렸다.
연일 강세를 보이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68% 떨어졌다. TSMC와 브로드컴은 5% 안팎으로 무너졌고 ASML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도 2%대 하락률을 찍었다. 인텔은 3.41% 올랐다.
급락장에서도 S&P500에 포함된 기업 중 13종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음료 제조사 몬스터베버리지는 기술주 위주의 급락장에서 필수소비재 성격이 부각되며 4.22% 뛰었다.
최근 생성형 AI의 코딩 역량 강화로 투자 심리가 악화일로에 있는 소프트웨어 업종은 이날도 크게 흔들렸다.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는 이날도 3.10% 떨어지며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일즈포스는 지난주에만 주가가 12.63% 급락했으며 1월 수익률은 -15.78%다.
넷플릭스는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4.9% 급락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투자자를 만족시킬 만한 수치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월 금리동결 확률을 95.0%로 반영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1.25포인트(6.63%) 뛴 20.09를 가리켰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 오후 3시 기준가 대비 6.30bp 뛰어오른 4.2930%에 거래됐다. 전날 뉴욕 채권시장은 연방 공휴일인 '마틴 루터 킹 데이'을 맞아 휴장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5970%로 같은 기간 0.20bp 낮아졌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는 4.9210%로 8.20b 뛰어올랐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전 거래일 63.10bp에서 69.60bp로 확대됐다.(베어 스티프닝) 2주일 만의 최고치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JGB 장기금리 폭등 여파에 미 국채금리는 유럽 거래에서부터 장기물 중심으로 오르막을 걸었다. 이날 JGB 30년물과 40년물 금리는 각각 27bp 가까이 뛰어올랐다.
뉴욕 장 들어 미 국채금리는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했으나 일부 덴마크 연기금이 미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튀어 올랐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한때 4.3150%까지 올라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4.9490%에서 일중 고점을 찍었다.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다.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은 이날 미국 정부의 재정이 건전하지 않다며 이달 말까지 미 국채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아카데미커펜션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억달러 정도다.
또 다른 덴마크 연기금 PBU는 "최근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미 국채) 2억덴마크크로네(약 3천140만달러)를 매도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에 따른 여러 조치를 이유로 꼽았다.
장기금리는 뒤이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레벨을 다소 낮췄다. 베선트 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JGB 금리 폭등이 미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나는 일본 측 카운터파트와 연락을 취해왔고, 그들은 시장에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발언들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의 말대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바로 등판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가타야마 재무상은 "시장에 있는 모든 분은 진정해주길 바란다"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우리의 재정정책은 일관되고 책임 있고 지속 가능했으며 확장적인 정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덴마크 연기금의 미 국채 매도 물량이 많진 않지만,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작년 4월의 상호관세발 충격을 연상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TD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 전략헤드는 "글로벌 채권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제외하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지만, 그들은 (미 국채) 신규 매입을 중단하고 만기를 단축하여 수익률곡선을 가파르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BMO캐피털의 이언 링겐 미국 금리 전략헤드는 그린란드 관세 위협이 미 국채 매도세를 심화시킬 여지가 있다면서 10년물은 "4.50%까지 약세가 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으며, 상황이 안정된 뒤 저가 매수세가 촉발되더라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개와 급격한 무역 긴장으로 인한 채권시장의 부정적 위험을 고려할 때, (10년물이) 4.35%~4.40% 구간을 테스트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면서 "하지만 '해방의 날' 이후의 매도세와 마찬가지로 이에 따라 펀더멘털이 얼마나 변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미 국채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BEI)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10년물 BEI는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2.33%대로 올라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뉴욕 오후 3시 44분께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다음 주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5.0%로 가격에 반영했다. 동결 가능성은 95.0%로 훨씬 높았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8.207엔으로, 지난 16일 뉴욕장 마감 가격 158.080엔보다 0.127엔(0.080%) 높아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달 8일 조기 총선을 확정한 가운데, 여야가 경쟁적으로 감세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일본의 재정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일본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시장에 있는 모든 분은 진정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달러가 급락했지만, 달러-엔 환율은 뉴욕장에서 대체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장중 158.298엔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미쓰비시UFG는 이날 보고서에서 "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으로 보이는 이러한 상황은 추가적인 엔에 대한 매도 압력을 가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7185달러로 전장보다 0.0120달러(1.030%) 급등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유럽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을 "실수"라고 비판했다.
달러인덱스는 98.592로 전장보다 0.778포인트(0.783%) 급락했다.
전날 뉴욕 주식과 채권시장은 미국 연방 공휴일인 마틴 루서 킹 데이를 맞아 휴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를 거론하며 "미국에 보내는 모든 상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고 밝혔다. 6월부터는 25%로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NBC와 인터뷰에서는 이와 같은 관세 계획을 "100%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 자산에 대한 '투매'가 나오면서 달러인덱스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달러인덱스는 뉴욕장 들어서는 덴마크 연기금이 미 국채를 전량 매도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장중 98.230까지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아카데미펜션의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안데르스 셀데는 이날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서 보유한 1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이달 말까지 매도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부회장은 "(그린란드 사태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다면 그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라며 "달러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G의 시장 분석가 토니 사카모어는 "장기화할 불확실성, 동맹 관계의 긴장,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 상실, 보복 가능성, 그리고 탈달러 추세의 가속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34336달러로 전장보다 0.00538달러(0.402%) 상승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해 11월 영국의 실업률이 5.1%라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5.0%)를 상회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9564위안으로 전장보다 0.0104위안(0.149%) 내려갔다.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9달러(1.51%) 뛴 배럴당 60.34달러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내달 1일부터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6월 1일부터는 25%로 인상된다.
이에 유럽연합(EU)도 930억유로 규모의 대미(對美) 관세 패키지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 위협 대응조치(ACI) 카드도 테이블에 올려놨다.
양측은 아직 관세 부과 위협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더 커지면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CIS의 아제이 파르마르 에너지 및 정제 담당 이사는 "(트럼프가 EU에 가한) 관세 위협이 관세 부과로 이어지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결과적으로 석유 수요 증가율이 감소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원유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 시장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잠재적 관세 위협보단 중국의 견고한 성장률을 유가 상승 재료로 삼았다.
전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지난해 5% 성장했다. 작년 중국의 정유 처리량 또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경제도 견고하게 성장하고 그만큼 원유 수요도 뒷받침되는 흐름이다.
IG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 분석가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회복력이 원유 수요 심리를 밀어 올렸다"고 말했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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