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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균의 주주자본주의] 주주환원에 대한 오해

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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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 증시의 키워드 중 하나는 주주환원이었다. 다른 주요 국가 대비 극히 낮은 주주환원 수준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했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과 정부와 국회의 기업거버넌스 개혁 정책이 주주환원을 견인했다. 그 결과 지난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주환원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 기업은 주주들의 돈, 즉 자기자본과 빌린 돈(타인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해 이익을 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번 돈이 성장에 재투자되기 때문에 주주환원이 필요 없다. 다만 산업에는 사이클이 있고 돈이 넘쳐날 때와 필요할 때가 있다. 기업에 자금이 과도하게 쌓여 투자할 곳이 없을 때는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필요할 때는 주주들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그러라고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벌어 쌓아온 불필요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지 않아 왔다. 세계 주요 국가 대비 현저히 낮은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 수준, 그리고 현금이 쌓여가며 낮아지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점에서 주주환원을 높이라는 주주들의 요구에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이제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도 주주환원을 높이는 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주주환원에 대해 심각한 오해 또는 왜곡을 하고 있다.

우선, 주주환원은 단기 이익 추구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을 해쳐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주로 지배주주 측을 대변하는 기업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논리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진영이나 진보 성향 언론(이하 '주주환원 단기이익론자')에서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자본시장 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여기에 교묘한 왜곡까지 섞여 있다.

우선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의 사업 역량을 훼손하면서까지 주주환원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아무런 활용 없이 쌓여 있는 현금을 환원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순현금이 시가총액보다 크거나 비슷한 기업들이 아직도 한국에는 수두룩하다. 수십 년 동안 투자도 하지 않고 주주환원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부채도 없는 기업의 경영진에게 유휴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다. 주주환원 단기이익론자들은 수십 년은 너무 짧으니 경영진에게 수백 년의 시간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들은 마치 주주들이 기업의 성장을 해치면서까지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것처럼 전제한다. 교묘한 왜곡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의 근본적 결함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에 있다. 자본주의는 수많은 기업이 태어나 사업을 영위하다 사라지고, 또 다른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시스템이다. 개별 기업 하나만 현미경으로 보면 성장하기도 하지만 쇠퇴하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개인의 삶만 놓고 보면 결국 모두 죽는다. 그러나 인류 전체를 조망하면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고 인구가 늘고 줄며 사회와 문명은 전반적으로 성장한다. 자본시장 역시 시장 안에서 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며 성장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자본시장을 개별 기업이 아닌 전체 시장 단위에서 바라봐야 한다.

불필요한 자본이 과도하게 쌓여 있는 기업에서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에게 흘러간 현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 의해 다시 다른 기업에 재투자된다. 주주들이 보기에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곳, 즉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한다. 이렇게 자본이 재배치되는 것이 자본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주주환원 단기이익론자들은 개별 기업 단위에서만 사고하면서, 주주환원이 이루어지면 해당 기업이 현금을 잃고 큰 위기에 처한 것처럼 간주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더 높은 생산성을 좇아 자금이 순환하는 곳이다. 물도 오래 고여 있으면 썩는다. 이를 적재적소로 흘려보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다.

이들이 주주환원이 과도해 문제인 사례로 자주 드는 미국 역시 실상은 다르다. 미국 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하는 곳이다. 이들이 투자받는 자금은 상당 부분 성숙 기업에서 흘러나온 자금이다. 돈이 돌아야 혁신이 일어난다. 또한 자금이 부족하거나 필요해진 기업은 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다.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의 제시 프리드 교수와 경영대학원의 찰스 왕 교수가 2017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들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순이익의 약 100%를 주주환원했지만, 동시에 순이익의 약 60%를 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했다. 환원된 나머지 자금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나 비상장 기업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미국 자본시장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루시안 벱척 교수나 마크 로 교수 역시 논문과 저서를 통해 이러한 단기주의 비판이 종종 경영진과 이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되며, 오히려 주주권을 약화시키고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성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주주환원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주주환원율'이라는 지표의 오용이다. 국내에서 흔히 쓰이는 주주환원율은 기업이 연간 배당한 금액과 자사주 매입(또는 매입 및 소각)한 금액을 합산해 순이익과 비교한 지표다. 기업들 역시 밸류업 공시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의미가 거의 없는, 잘못된 지표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주주에게 충분히 환원하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일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지표로서의 의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율은 실제 주주가치 제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오히려 높은 주주환원율을 보이는 기업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자사주 매입이라는 행위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전체 주주에게 균등하게 현금이 분배되는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은 주주 간 환원이 불균등하게 이루어진다. 즉 회사의 자사주 매입에 응해 주식을 파는 주주와 주식을 팔지 않고 남아 있는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갈린다. 기업이 주당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매입 과정에서 주식을 팔고 나가는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남아 있는 주주들은 그만큼 부의 이전을 받는다. 반대로 내재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팔고 나가는 주주들은 이득을 보고, 계속 주주로 남아 있는 주주들은 주식의 실제 가치보다 많은 현금이 회사 밖으로 유출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본다.

기본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것은 주주로 남아 있는 주주가 기준이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은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해야 주주가치가 제고된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이러한 원칙을 천명해왔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이 대거 포함된 주주환원율은 자사주 매입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높다면 그 수치가 커질수록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점에서 자사주 매입 금액을 포함한 주주환원율 지표는 실상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한 기업은 지배권 분쟁 과정에서 과거 주가 대비 높은 가격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뒤, 주주환원율을 근거로 주주가치를 제고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주주환원율 대신 어떤 지표를 사용해야 할까. 정답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이다. 총주주수익률은 일정 기간의 주가 상승률에 배당수익률을 더한 지표다. 이 지표에는 자사주 매입 금액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자사주 매입은 내재가치 대비 매입 가격에 따라 주주가치를 높일 수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주주수익률은 자사주 매입의 효과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좋은 자사주 매입이었다면 주가 상승으로, 나쁜 자사주 매입이었다면 주가 하락으로 반영됐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자사주 매입의 본질을 정확히 반영한 주주가치 측정 지표라 할 수 있다.

주주환원율이라는 지표의 남용은 그만큼 한국 시장의 주주환원이 그동안 지나치게 부족했던 데 따른 반작용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의 척도로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 총주주수익률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경영진 역시 총주주수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펀더멘털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할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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