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다시금 '셀USA'라는 변곡점을 만났다. 환율 1,500원 선을 앞두고 '셀USA' 가능성이 커졌는데 외환시장에서 위험회피 신호도 깜박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금융시장이 변동성에 휩싸였다.
미국과 유럽은 관세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그린란드 병합을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다음달에 10%, 6월부터는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유럽은 930억유로 규모의 대미 관세 패키지를 내놨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 갈등이 전면에 불거졌지만, 그 결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금융시장은 이번에 '셀USA'를 다시 꺼내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미국 정책에 수없이 흔들렸던 만큼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렸다.
달러인덱스는 98.55대로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1.172달러대로 치솟으면서 달러 약세폭이 커졌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으로 미국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는 달러의 기세를 약간 꺾었다.
이처럼 '셀USA'로 반영되는 그린란드 사태는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 고공행진을 돌려세울 중요한 변곡점이 될 만하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4~6월에 걸쳐 셀USA가 불거지면서 1,347.10원까지 100원 이상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성장에 대한 불신과 관세 압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임 압박 등에 미국 자산 엑소더스가 불거졌다.
대대적으로 이어졌던 셀USA 흐름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고, 관세 압력이 완화되면서 다시 미국 달러 강세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까. 안심할 수 없는 대목은 이 과정에서 '위험회피' 국면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채권시장 역시 역대급 민감한 레벨이 주목받고 있다. 코스피는 5천선에 바짝 다가섰고, 일본 40년물 국채금리가 역대 최초로 4%대로 진입했다. 사실 '5천피'라고 불리는 코스피 5,000선 진입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희소식이다. 꿈의 레벨로 불리는 '5천피'를 앞두고 정부 당국자들은 벌써 '6천피'를 목표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증시의 '5천피'를 바라보는 외환시장의 시선은 차분하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코스피가 5천피 직전이고, 삼성전자도 15만원을 터치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실현 매물이 좀 있는 듯하다"며 "이에 주식시장이 좋아도 달러 매수가 나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5천피에 도달하고,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 증시는 잔칫집 분위기가 되겠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인 이익실현에 따른 달러 매수세가 환율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열려있다.
일본 40년 국채금리는 역대 처음으로 4%를 찍어 시장 민감도를 끌어올렸다. 이는 외환시장에서는 '위험회피' 국면으로 인식됐다. 통상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다. 이에 일부 엔화 강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 국채금리 급등세는 일본 재정 건전성 우려로 이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주요국 국채금리에도 충격파를 미쳤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다음달 조기 총선거를 실시하고, 소비세 감면 정책을 내걸면서 일본 국채 매도세가 집중됐다.
미국과 유럽의 그린란드 갈등에 '셀USA'까지 더해지면서 미 국채 매도세도 촉발됐다. 미국 주가지수도 덩달아 1~2% 급락했다. 보통 위험회피에 강한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158엔대에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셀USA가 미국만의 변수가 아니라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위험을 수반할 때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수 있을까. 이는 '셀USA' 과정에서 불거진 달러 약세가 원화 강세로 이어질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미국 증시가 그린란드 사태로 하락하자 코스피는 바로 조정을 받았다. 외국인이 주식순매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서학개미들의 생각은 약간 다른 듯하다.
미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를 저점 매수 타이밍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달러 자산 매도에 따른 달러-원 환율 하락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ATP)이 그린란드 갈등을 이유로 이달 말까지 1억달러 규모 미 국채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28%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금리는 5%가 민감한 레벨로 꼽힌다. 이 레벨에 근접할 때면 미국 정부의 반응이 뒤따랐다. 미 국채금리가 5%를 웃돌면 미국 증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위험회피와 셀USA로 다시 갈림길에 섰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모든 환율 상승의 판이 뒤집히려면 미국 증시가 크게 꺾여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만약 유럽 국가들의 결속이 흔들리며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거나, 일본 국채금리 급등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이 불거진다면 또 다른 환율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지난해에 펼쳐진 셀USA의 기억이 얼마나 시장에서 작동할지 여부다.(경제부 시장팀장)
연합인포맥스
syjung@yna.co.kr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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