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는 무려 173분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3시간 가까이 기자들이 쏟아내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아무 꺼리낌없이'스트레이트포워드(straightforward)' 한 답을 들려줬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 출범 이래 가장 긴 기자회견으로 기록됐다.
이 대통령이 답한 질문은 총 25개. 124분 동안 15개 질문을 소화했던 지난 30일 기념 간담회와 154분동안 22개 질문을 다뤘던 100일 기념 간담회에 비해 훨씬 밀도있는 질답이 오갔다.
이날 오전 9시 청와대 영빈관은 행사 시작을 한 시간여 앞두고 기자들과 청와대 참모진들로 가득찼다.
3실장(비서·안보·정책실장)을 비롯해 이번주 첫 출근을 한 홍익표 정무수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올해 국정방향을 담은 '함께 이룬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이란 슬로건에 맞게 이 대통령은 경제·민생, 외교·안보, 사회·문화 세 영역 걸쳐 현안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다.
◇ 李 '환율하락' 전망에 달러-원 '뚝'…부동산 세제개편엔 "마지막 수단"
첫 질문은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잡은 환율이었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개장 직후 1,480원을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 대통령의 전망은 달랐다.
이 대통령은 "한두 달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뉴노멀이라고 한다. 원화 환율은 엔화 환율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평가절하가 덜된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환율 하락 언급에 장중 한 때 달러-원 환율은 1,460원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이 환율 하락 전망과 함께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하는 이례적 언급에 시장이 크게 반응한 셈이다.
보유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개편과 관련해선 "지금으로서는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진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에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그것을 다른 정책 목표에 전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도 "유효한 수단이고 필요한 상태가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는 없다.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안 오길 바란다"고 여지를 남겼다.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공급대책에 대해선 '현실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추상적 수치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려 한다. 계획 수준이 아니라 인허가, 착공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美 반도체 관세 '낙관'…원전은 "너무 정치 의제화 돼"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겨냥한 듯 언급한 반도체 관세 100% 부과 압박에 대해선 "그렇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낙관했다.
이 대통령은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면 중심을 잡을 수 없다"며 "대만보다는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합의를, 이럴 경우를 대비해 미리 해놨다. 이럴 가능성이 있다고 그때 본 것"이라고 안심시키며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은 점을 상기시켰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대전환 등의 이슈와 맞물려 제기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대해선 "정부가 옮기라고 옮겨지냐. 정부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이미 결정된 것을 정부 마음대로 뒤집냐"며 웃었다.
이 대통령은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며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3GW(기가와트) 전력이 필요하다는데 원자력 발전소 10개가 있어야 한다. 그 전력을 어디서 해결할 거냐. 남부에서 송전망 만들어서 대주면 남부에서 가만히 있냐"고 반문했다.
에너지 고속도로와 엮인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너무 정치의제화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념 전쟁의 도구처럼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 미래를 고민해보면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혜훈 논란엔 아쉬움 토로…檢 보완수사는 '미정'
이날 이 대통령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왜 안물어보나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청문 과정을 본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고 결정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마저 봉쇄돼 아쉽다"며 "이 지명자에 대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공
정하다"며 "(청문회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좀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미흡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실이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그분이 보좌관에게 갑질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5번 받고 3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이라며 "자기들끼리만 아는 정보를 가지고, 마치 영화 '대부'에서 배신자 처단하듯이, 우리가 모르는 것을 공개해가며 공격하면 우리로선 알기 어렵다. 이게 정치인가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검찰(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줄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선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은) 이번엔 의제가 아니고, 더 연구해야 한다"며 "그래서 미정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에서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고, 최종 목표는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라며 "논쟁이 두려워 검사의 모든 권력을 완전히 빼앗는 방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이냐. 정치야 자기주장을 막 하면 되지만 행정은 그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용의 가능성을 봉쇄하되, 효율성이 제거돼서도 안 된다"며 "그래서 숙의하자. 시간을 충분히 갖고, 감정적으로 하지 말자"고 재차 피력했다.
◇ 농담 섞인 우문현답도…강훈식 지선 차출설에 "아내 사랑해"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특유의 재치와 애정 어린 농담을 꺼내는 장면도 여러번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의 대전·충남 통합단체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어떤 사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가는 제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고 전혀 예측 불능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이 대통령과 강 실장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데, 사랑하니까 (6·3 지방선거 출마)로 떠나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강 실장은 웃으며 주변 참모진들에게 고개를 내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5,000선 돌파를 앞두고 있는 코스피에 대해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정상화 과정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의 투자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투자는 각자 알아서 잘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21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21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21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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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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