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하는 게 적법한지를 두고 미국 연방 대법원이 심리에 들어간 가운데 대법관들은 트럼프 행정부 측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트럼프는 쿡이 유리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조건을 얻고자 두 개의 부동산을 주 거주지로 허위 신고했다며 이를 근거로 쿡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쿡은 이에 대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트럼프의 해임 시도는 위법하다고 연방 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심리에서 대법관들은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쿡의 사례가 연준 이사를 해임할 만한 근거가 되는지 등에 대한 변론을 청취했다.
쿡의 변호인 폴 클레먼트는 연준은 1913년 설립된 당시부터 독특한 역사적 전통과 구조를 이어 온 실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드로 윌슨부터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대통령도 '사유(for cause)'를 근거로 현직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한 적이 없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조차 연준이 다른 기관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이 대통령의 해임권 제한 자체가 위헌이라거나, 쿡 이사를 아무런 이유 없이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법상 미국 대통령은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유를 근거로 연준 이사를 해임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사유의 범위를 두고 법조계에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외신들은 행정부 변호인인 대니얼 존 사우어 법무부 차관보(Solicitor General)가 약 1시간에 걸쳐 변론했으나 그의 주장에 명확히 동조한 대법관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대법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상당히 강한 거부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왜 쿡에게 혐의에 대응할 수 있는 청문회 기회를 주지 않고 그것을 "두려워하는지" 사우어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행정부가 이미 이 사건 소송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으므로 그 자원 중 일부를 쿡에게 발언권을 주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연준 이사 해임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강조하는 행정부의 입장이 공격적이라며 "연준의 독립성을 산산조각 내지는 않더라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캐버너는 2009년 법학 논문에서도 이 주제를 다룬 바 있으며 지난달에도 다른 사건의 구두 변론 중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할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판단할 때 법원이 이를 검토할 권한이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 측 주장의 범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대법관들은 트럼프의 입장에 저항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부 보수 성향 대법관은 연준 이사가 취임 전 저지른 행위라도 그 사안이 중대하면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의 정치 성향 비율은 보수가 6명, 진보가 3명이다.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취임 전 행위도 해임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할 수 있다며 "만약 히틀러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사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jhjin@yna.co.kr
진정호
jhji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