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일본 재정 우려에 따른 채권시장 발작이 또다른 리스크 요인이 되면서 연초부터 활황을 이어가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장 전반에 번졌던 연초 효과의 온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리스크 요인들이 불거지기 직전 모아둔 아시아 수요를 바탕으로 달러채 북빌딩(수요예측)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한국산업은행은 달라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트랜치(tranche) 조정에 나섰다.
당초 계획했던 10년 고정금리부채권(FXD) 발행을 취소하고 이외 트랜치 물량을 조정해 30억달러의 조달을 마무리했다.
내달 우리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주요 발행사들은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변동성에 싸늘해진 시장…장기물 조달 직격탄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전일 진행한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북빌딩을 통해 30억달러 규모의 조달을 확정했다.
트랜치는 3년과 5년물 FXD와 5년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각각 12억5천만달러, 12억5천만달러, 5억달러 규모다.
3년물과 5년물은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미드 스와프(MS)에 각각 39bp, 50bp를 더했다. 5년 FRN은 SOFR에 50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T)는 3년물과 5년물 FXD 각각 41bp, 52bp 수준이었다.
산은은 정부·국제기구·기관(SSA) 발행 방식을 택해 지난 20일 유럽 장에서 IPT를 제시하고 이틀간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하루 동안 북빌딩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달러채와 달리, SSA 발행물은 이틀에 걸쳐 시장을 찾는다.
문제는 20일 유럽 시장부터 차츰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고조됐다는 점이다.
일본 재정 악화 우려로 일본 국채(JGB) 장기물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미 국채 장기물 매도세가 증폭됐다.
이에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지난 16일 4.2270%에서 20일 4.2950%로 레벨을 높였다.
변동성이 커지자 글로벌채권 발행 시장에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곧바로 미국 발행물이 급감한 데 이어 전일 아시아 장에서 달러채 북빌딩에 나선 곳은 하루 전 IPT를 제시한 산은이 유일했다는 후문이다.
산은도 시장 변동성의 여파를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장기물 투심 위축이 드러나면서 산은은 당초 투자자 모집에 나섰던 10년물 FXD 발행을 철회했다.
앞서 산은은 10년물 IPT로 SOFR MS에 70bp 더한 수준을 제시했으나 스프레드를 추가로 낮추기 어려워지자 철회를 결정했다.
북빌딩 중 유입된 주문 규모상 10년물도 발행할 순 있었지만, 금리 조건이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셈이다.
대신 산은은 10년물 다른 만기물에 집중해 발행 규모를 채웠다.
산은은 대부분의 발행사가 쉽사리 시장을 찾기 어려운 극심한 변동성에도 30억달러의 대규모 조달을 마쳐 눈길을 끈다.
산은의 경우 꾸준히 초우량 투자자인 SSA 시장을 겨냥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온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스프레드 역시 공정가치(fair value) 수준을 형성했다.
한국물 시장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초 효과에 힘입어 활황을 이어갔다.
시장을 찾은 발행사들은 잇따라 역대 최저 스프레드를 달성해 유동성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연초효과 기대감이 급격히 옅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달러채 북빌딩에 나선 우리은행은 아시아 장에선 견조한 수요를 확인했다.
이어 그린란드발 미국과 유럽의 관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유럽 장에서부터 투자 심리가 주춤해졌다.
다만 우리은행은 아시아에서 쌓은 풍부한 주문을 기반으로 6억달러 규모의 발행을 무사히 마쳤다.
같은 날 북빌딩에 나섰던 중국 기업이 철회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3년물 FRN과 5년물 FXD 모두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역대 최저 스프레드를 기록하면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온도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뉴이슈어프리미엄(NIP)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사태 추이 주시…외평채로 쏠리는 눈
우리은행과 산은의 발행으로 이번 주에도 한국물 조달세가 이어지긴 했으나 한국물 시장의 긴장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변동성 탓에 이전보다 주춤해진 투자 심리가 드러난 데다 한국물은 그동안 스프레드 축소를 지속하면서 가격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린란드발 미국과 유럽의 갈등 추이와 글로벌 채권시장 흐름을 주시하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관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며 "다만 각종 이벤트의 영향이 크레디트물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터라 그린란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내달 발행에 나설 외평채로 향하고 있다.
산은 이후 내달 외평채까지 달러채 발행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평채의 경우 종종 10년 장기물도 발행했던 터라 최근의 시장 부담 속에서 해당 만기물 조달을 재개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투자 심리가 주춤해졌지만, 전일 한국물 유통 금리는 일부 채권이 1~2bp 수준 확대되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입은행 발행물의 경우 이번 주 단기 구간을 중심으로 유통 금리가 이전 대비 축소되는 분위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물은 스프레드를 지속해 축소했으나 이제는 공격적으로 가격을 높이기 힘들 수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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