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기대·불신 공존, 대외 변수에도 시장 신뢰 축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다. 하루아침에 달성된 숫자는 아니었다. 시장은 여러 차례 시험대에 올랐고, 그때마다 무너지지 않으면서 신뢰를 쌓았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금융시장은 복합적인 신호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 목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야권에선 실현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했다.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강화 등 굵직한 정책 과제를 내놓자 재계와 투자자 사이에선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해 6월 4일 코스피는 2,700선이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지수는 같은 달 중순 3,000을 돌파했지만 이후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외국인들은 순매수·순매도를 오가며 관망세를 지속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에 반영됐지만 시장 신뢰에 있어선 검증 단계에 있었다.
◇정권 초기, 상법 개정 방향성 제시…코스피 기대·불신 공존
코스피 5,000까지의 길목에서 지수 조정을 받았던 순간들도 여럿 있었다. 지난해 7월 말 상법 개정의 방향을 제시하던 시기에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상법 개정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핵심이다.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기업 수익성을 훼손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형 수출주와 지주회사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정책 변화로 인한 기대와 불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보다 리스크로 해석되기도 했다.
대형 수출주·지주회사 중심으로 약세장이 나타났고, 외국인 현물·선물 매도가 동반했다. 이에 따라 7월 말 3,300을 바라보던 지수는 8월 초 3,100 초반대까지 밀렸다. 시장이 정책 방향성을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시험한 첫 고비였다.
◇지수에 찬물 얹은 글로벌 변수…단기 조정 그쳤다
정부 정책은 불신보다 기대감이 우세했다. 기대는 곧 코스피에 반영되면서 지난해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돌파했다. 11월 초 단숨에 4,200선을 탈환하기도 했다.
이후 글로벌 변수가 시장을 흔들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금리 고점 장기화 가능성과 더불어 보호무역 확대, 지정학적 긴장 관계 조성으로 신흥국 전반에 부담이 커졌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며 외국인 자금은 순유출로 돌아섰다.
이에 코스피는 단기간 조정을 받으며 11월 말께 고점 대비 약 400포인트 떨어진 3,80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대외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5,000 달성은 무리라는 회의론이 기지개를 켰다. 코스피 5,000 달성 가능성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수 조정이 단기적일 거란 의견을 내놨다. 가파른 상승이라 조정폭이 커 보이는 것뿐 상승장의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공통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결과적으로 예측에 성공했다.
◇정책 리스크 재부상…회복성이 달랐다
지난해 말에는 정책 리스크가 다시 부상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상법 개정에 대한 방향성을 제기했다면, 연말엔 관련 논의가 구체화했다.
상법 개정과 기업지배구조 강화 논의가 구체화하자 일부 대형주, 지주회사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가 재점화했다. 재계와 외국인 사이에선 정책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의 실적 우려와 글로벌 악재로 인해 '전강후약' 장세가 이어졌다. 과거 같았으면 지수가 크게 흔들릴 상황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불안감으로 인한 지수 하락은 피할 수 없었지만, 회복성이 달랐다. 악재에도 지수 낙폭은 제한됐고, 장중 하락 후 종가 회복이 반복됐다. 시장은 정책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속도 조절 여부를 보기 시작했다.
대형주 급락에도 지수 하락은 제한적이었고 다른 업종에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균형을 유지했다. 급락한 다음 거래일에는 낙폭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시장에선 "지수가 특정 종목에 인질로 잡히지 않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3,800~4,100선을 오가던 코스피는 성탄절을 기점으로 빠르게 불기둥을 세웠다. 연초 4,200선 초반에서 시작한 지수는 2거래일 만에 4,500선을 돌파했다. 이후 랠리를 거듭하던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 이후 15거래일 만에 5,000선을 돌파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ybyang@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