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따른 밸류에이션 정상화·반도체 슈퍼사이클 탄 기업이익 '양날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22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과거 정치권 일각에서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비판했던 수치가 현실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 5,000 불가능론'이 깨진 결정적 배경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밸류에이션 정상화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끈 기업 이익의 폭발적 성장을 꼽는다.
사실 과거의 비관론에도 합리적 근거는 있었다. 당시 코스피는 2,000~3,000 박스권에 갇혀 있었고 시장 전체 주가수익비율(PER)은 10~12배 수준에 머물렀다.
지수가 5,000에 도달하려면 ▲PER이 선진국 수준인 20배로 재평가받거나 ▲PER 유지 시 기업 이익이 단기간에 2배로 급증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한국의 경제 구조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 분포를 고려할 때, 두 시나리오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의 공약을 두고 "지르고 보는 '질러노믹스'"라고 깎아내린 배경이다.
그러나 시장은 비관론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주목할 점은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음에도 '거품 논란'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여전히 10배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주가(P) 상승폭 이상으로 분모인 기업 이익(E)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시장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당초 4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재 각각 120조 원, 90조 원까지 치솟았다. 두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만 200조 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전체 순이익을 2배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최근 상향된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분의 90% 이상이 이 두 종목에서 나왔다.
결국 반도체 호황이 코스피 전체 순이익을 견인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 없이 지수 레벨만 높이는 전형적인 '실적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 통과된 상법 개정안(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는 앵커 역할을 하며 시장의 기초 체력을 다졌다.
여기에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유동성 공급의 기폭제가 됐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이 줄어든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지수 상승의 주포 역할을 했다.
정부가 올해 AI 예산을 역대 최대인 10조 1천억 원으로 편성해 민간 투자를 독려한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빅테크보다 메모리 반도체와 낸드 플래시 섹터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실적을 확인하고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과 제도 개선에 따라 신규 유입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맞물리고 있어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촬영 안 철 수] 2025.10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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