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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피 시대] "상법이 만든 결과…거래소도 역할해야"

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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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거래소와 비교되는 행보"

"상장사 ROE와 PBR 제고 등 펀더멘털 개선 압박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 5,000 달성에 거래소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5,000선을 돌파한 22일,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가 내놓은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장이 한국거래소(KRX)가 주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가 아니라 정치권이 밀어붙인 상법 개정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RX가 지난 2년간 보여준 행보를 두고 "일본거래소(JPX)의 껍데기만 베끼고 알맹이는 뺀 무늬만 밸류업"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양국 거래소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강제성에 있었다.

JPX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공시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공시하지 않은 기업은 명단을 공개해 망신을 주고 동시에 상장 유지 기준(시가총액 등)을 대폭 강화해 기준 미달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상장폐지)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PBR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크게 줄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자본 효율화에 힘썼다.

반면 KRX의 접근은 철저히 자율에 그쳤다.

정은보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만 내놨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야심 차게 발표한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100개 중, 당시 공시를 이행한 기업은 단 7곳에 불과해 빈 껍데기 논란을 자초했다. 정작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었던 금융주 등은 빠지고 공시조차 안 한 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자 "기준이 뭐냐"는 비판도 나왔다.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거래소는 2024년 간담회와 설명회 등 관련 행사를 총 197차례나 열었지만 정작 연말까지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4% 수준인 102곳에 불과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행사를 열고도 기업들을 움직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도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누적 174개사에 그쳤다. 제도 시행 3년 차를 맞은 현재까지도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공시를 외면하고 있지만 밸류업 지수에는 빠지지 않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JPX 야마지 히로미 대표는 주말마다 경영진을 만나 설득하고 압박했다"면서 "한국거래소는 실속 없는 홍보성 행사를 연이어 주최하기보다는 아직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은 삼성전자 CEO를 만나서 설득하라"고 꼬집었다.

KRX의 소극적 태도는 상장사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보다 상장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상법 개정(이사 충실 의무 확대)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코스피 5천 시대를 연 결정적 트리거는 바로 그 상법 개정이었다.

지난해 7월 주주환원 규모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가시화된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전년 대비 54% 증가한 21조 4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물량 중 상당 부분이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인 하반기에 집행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거래소 패싱 현상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KRX의 밸류업 정책보다 국회의 상법 개정 후속 조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체계적인 개혁으로 증시 부양을 이끈 일본 JPX와 달리, KRX는 실질적 기여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자율 규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당국의 실질적 권한 행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통제할 수 없는 주가지수 부양에 매달리기보다, 상장사의 ROE와 PBR 제고와 같은 펀더멘털 개선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장식사하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6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식사를 하고 있다. 2026.1.2 jin90@yna.co.kr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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