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다양한 활용·경영권 방어 어려워져" 반대
특정 주주만 유리한 자사주 처분 차단…긍정 평가 우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 의무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재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재계의 불안 건너편에는 그동안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악용됐던 사례가 사라지면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도 자리 잡고 있어 국회의 입법 처리 과정에 시선이 쏠린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국회에 따르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코스피5000 특별위원장)이 작년 11월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재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다양한 경영 전략에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높고,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노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 11월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각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2.5%로 찬성(14.7%)의 네 배에 달했다.
실제로 많은 경영자는 자사주를 회사의 자산으로 여겨 소각을 꺼리는 모습을 보인다. 제삼자에게 처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생산설비나 금융자산처럼 자산의 한 종류라는 논리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마치 '보유 자산을 강제로 태워 없애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재계의 시각과 달리 자사주는 재무상태표상 자본의 차감 계정으로 잡히는 만큼 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기형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자사주의 자본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처분과 신주발행이 실질은 같지만, 두 행위에 적용되는 규제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제삼자에 대한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상법은 경영상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자사주 처분에는 이 같은 규제가 없어 문턱이 낮다.
이에 지배주주와 경영진은 혹시 모를 지배권 경쟁이나 주주행동주의에 대비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쌓아둔 뒤 필요할 때 처분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028260]의 2015년 6월 KCC[002380] 대상 자사주 처분이다. 당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하던 삼성물산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를 꺾고 주주총회에서 합병 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우호 주주에게 자사주 5.8%를 넘겨 찬성 의결권을 확보했다.
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377450]도 자사주를 남용한 경우로 꼽힌다. 리파인은 작년 4월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에 전체 주식 수의 13.9%에 달하는 막대한 자사주를 교환사채(EB) 형태로 처분했는데, 결과적으로 인수자의 기업 인수 단가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발간한 '상장회사 이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한 지침에서' 지배주주나 관련자에게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총주주 이익 보호와 전체주주 이익 공평 대우 관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협은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경영권 방어, 특수관계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상법이 개정돼 자사주 소각 의무가 신설되면 기업이 특정 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이 원천 차단돼 기업거버넌스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논평에서 "시장은 회사들이 보유한 과다한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상법 개정안이 "수십 년 동안 꼬여 있던 자사주 관련 제도의 정상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