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3차 상법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금융지주들이 자사주 소각 의무 논란보다는 '사적화해(자율배상)'에 따른 이사 충실의무 리스크 대응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보유 자사주가 거의 없어 개정안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 속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처럼 법적 책임이 확정되지 않은 자율배상이 향후 충실의무 위반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적화해가 주주가치를 덜 훼손하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입증할 법률·재무 컨설팅 기록을 사전에 구축하는 작업에 나섰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번 3차 상법개정안은 회사 재산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특정 주주에 유리하게 임의로 활용하는 행위를 막는 데 입법 취지가 맞춰져 있다.
이에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소각 대상이 되지만, 합병 등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소각 의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장려해온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자기주식이나, 향후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에서 인수·합병(M&A) 과정 중 취득한 자기주식까지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면 사업 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금융지주들의 경우 자사주 이슈 자체는 상대적으로 비껴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보유 자사주가 거의 없고 취득 목적도 대부분 소각인 데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통상 1년 이내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여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한 직접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시장의 관심은 '사적화해(자율배상)'로 옮겨가고 있다.
홍콩 ELS 사태처럼 법적 책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사가 고객과의 화해를 목적으로 자율적으로 배상에 나설 경우, 향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사의 잘못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배상을 하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적화해를 하지 않고 소송으로 갈 경우 평판 리스크와 운영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만큼 그 리스크가 사적화해의 비용보다 크다는 점을 법률적·재무적으로 검토해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률 검토와 외부 컨설팅을 거쳐 사적화해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구축하고 항변권을 확보할 근거를 남기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업계에서는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된 이후, 법적 책임이 확정되지 않은 자율배상이 소액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과거에는 금융당국의 과징금이나 면허 취소 리스크를 막기 위한 보상이 회사 이익을 위한 조치로 인정돼 왔지만, 최근에는 배임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반대로 사적화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이사회로선 무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적화해를 택해도 주주 소송 리스크가, 이를 거부해도 감독당국 제재 리스크가 발생하는 '양면 리스크' 구조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향후 대형 금융사고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사회가 책임 회피 차원에서 사적화해보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소비자 보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들은 향후 분쟁 발생 시 평판 리스크와 소송 리스크를 비교·정량화한 분석 자료를 사전에 마련해두는 작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평판 관리 차원'이 아니라, 주주가치를 덜 훼손하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입증해 향후 주주 소송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선 3차 상법개정안이 겉으로는 자사주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지주들에겐 오히려 자율배상과 사적화해 관행 전반을 재정비하라는 신호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자사주 의무 소각과 주주 충실의무 강화에 대한 대응은 주주와의 관계로 귀결된다"며 "주주와의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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