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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MI] 트럼프·베선트가 '그린스펀 같은 사람' 말하는 까닭

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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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생산성 혁명' 판단에 비슷한 견해 가졌던 그린스펀 소환

그린스펀, 금리 과감히 내리기만 한 건 아냐…1994년에는 '채권시장 대학살'

2014년 열린 연준 행사에 참석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사진 제공: 연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21세기의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롤 모델'로 20년 전에 퇴임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소환되고 있다.

차기 의장 선출 작업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그린스펀 같은 사람'을 거론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90년대 그린스펀 같은 누군가를 검토했나'라는 질문에 "그게 내가 원하는 바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베선트 장관이 미네소타 경제클럽 연설에서 그린스펀을 "열린 마음의 마에스트로"라고 치켜세우면서 "그는 1990년대 기술 붐 당시 성급한 금리 인상에 저항했고, 결과적으로 역사는 그가 옳았음을 증명했다"고 상찬했다. 베선트 장관은 하루 전 다보스 포럼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트럼프와 베선트가 그린스펀을 띄우는 것은 현재 미국 경제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생산성 혁명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개선에 따른 높은 경제성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려도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급 중시' 경제학적 시각은 재임 시절 정보기술(IT) 혁명을 겪었던 그린스펀 전 의장이 자주 보여줬던 것이기도 하다. 실제 그는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생산성 개선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린스펀은 1999년 5월 한 연설에서 "경기순환의 영향을 넘어선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상승이 인플레이션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면서 "1990년대 초 연평균 1% 미만이었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99년 1분기까지 4개 분기 동안 약 3%로 높아졌다"고 말한 바 있다.

이달 8일 발표된 지난해 3분기 미국의 비농업부문 생산성은 전기대비 연율 4.9%의 급증세를 보인 바 있다. 2023년 3분기(5.2%)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AI발 생산성 낙관론에 힘을 실었고, 자연스레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로부터 많은 조명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성장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다. 큰 원인이 아니다"라면서 "사실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반대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산성 혁명에 얼마나 '꽂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선트 장관이 '열린 마음의 마에스트로'라는 말로 그린스펀을 띄운 데는 제롬 파월 현 의장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느껴진다. 파월 의장은 재임 당시 비(非)주류적 견해에도 귀를 기울였던 그린스펀과 달리 꽉 막혀 있다는 뉘앙스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이 재임 시절 금리를 과감히 내렸던 것만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린 뒤로는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했었다.

그린스펀이 임기 7년차를 맞았던 1994년은 '채권시장 대학살'의 해로 유명하다. 당시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연준은 1년 만에 금리를 300bp나 올렸다.

1996년 연설에서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대표적 경고가 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용어를 남긴 그린스펀은 자산시장이 통화정책의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견해도 남겼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자산시장과 경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과소평가하거나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반적인 대차대조표 변동, 특히 자산가격 변동을 평가하는 것은 통화정책 수립에 필수적인 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3월로 100세를 맞는 그린스펀은 최근 모처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알렸다. 그린스펀은 파월 현 의장에 대한 연방 검찰의 수사 착수를 비판하는 전직 연준 의장들의 성명에 함께 이름을 올려 연준 독립성 수호에 힘을 실었다.

sjkim@yna.co.kr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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