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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단상] '투톱' 금융당국의 갈등

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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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관계 설정에 대해 '원팀 정신'이라 정의했다. 이찬진 당시 신임 금감원장도 충분한 공감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5개월여가 지난 지금 금융위와 금감원의 원팀 정신은 어떨까.

최근 두 기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요구하자 금융위는 법적 근거와 권한 남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면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역시 금감원 주도로 꾸려지는 듯했으나 금융위가 뒤늦게 TF에 합류하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금융위 업무보고에 다른 유관기관들과 달리 금감원이 불참한 사건도 둘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접견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9.29 photo@yna.co.kr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두 기관은 사전경보와 검사 미흡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예금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라임·옵티머스·DLF 등 사모펀드 사태 때는 금감원이 강한 제재와 투자자 구제를 밀어붙였고, 금융위는 법적 절차와 시장 충격을 우려하며 속도를 늦췄다. 공매도 제도 개편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제재 강화를 강조했지만, 금융위는 제도 완화와 유예를 통해 시장 안정성을 중시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두 기관의 메시지는 엇갈렸고, 피해는 금융회사와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두 기관의 갈등은 역사가 깊다. 외환위기 직후에 만들어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 체제에선 별문제가 없었다고 기억된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던 시절이다. 2008년 금감위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가져와 금융위가 되면서 두 기관의 수장이 분리됐고,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지금처럼 한쪽이 관료 출신, 다른 한쪽이 민간 출신일 때 엇박자가 심했다. 정권과 가까운 민간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왔을 때 갈등의 골이 더 깊었단 얘기다.

인사가 바뀔 때마다 권력 구도도 달라졌던 셈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개혁 성향이 강했고, 윤석헌 전 원장은 학계 출신으로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다. 정권의 색깔에 맞춘 두 사람 모두 금융위와 정책 온도차를 드러내며 갈등을 빚었다. 검사 출신으로서 첫 금감원장이 된 이복현 전 원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며 취임 초기부터 강한 금감원장의 이미지를 굳혔다. 금융위를 넘어서는 검사·제재 드라이브는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이찬진 원장이 제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이억원 위원장과 맞서며 기관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 입장에선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과 같다. 감독기관의 지침이 일관되지 않아 내부 통제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고, 금융소비자는 피해 구제의 속도를 놓친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비용으로 치러야 한다. 두 기관의 갈등은 중간에 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시장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른 소리를 내면 정책·감독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2025.9.10 saba@yna.co.kr

금융당국 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갈등극복의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정부 초기에 논의됐던 금융당국 개편 작업이 실패한 것도 조직의 논리가 앞선 탓이 크다.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해 사실상 해체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내용 등이 개편 방향의 핵심이었는데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거세게 반발하며 원점으로 되돌렸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추진 배경이었던 '감독과 정책의 분리'가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개편안을 좌초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의 힘이 더 크게 작용했던 셈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쉽게 풀기 어렵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두 기관이 힘을 합쳐 시장을 안정시킨 경험은 되살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초기 상황 등에서 두 기관이 신속히 협력해 자금경색을 완화하고 금융 지원을 가동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장 두 기관에 필요한 것도 거창한 개편은 아니다. 정책과 감독의 메시지를 단일화하고 책임 라인을 명확히 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기관이 서로를 견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금융시장과 국민을 위한 공동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원팀 정신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금융권과 시장, 금융소비자를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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