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지난 2011년 3월 17일, 엔화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강해졌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사상 최저치인 76.43엔까지 내려갔다.
미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비둘기파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일본이 회복을 위해 달러를 엔화로 환전해 자국으로 대거 송환할 수 있다는 전망, 안전자산 선호까지 겹치면서 엔고(高) 현상이 강해졌다.
그다음 날 18일, 글로벌 외환시장은 주요 7개국(G7)의 공조에 충격을 받게 된다.
G7은 이날 오전 7시부터 화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성명을 내고 "과도한 외환시장 변동성과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해친다"면서 "외환시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며 적절한 협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일본의 요청에 따라 개입에 합의했으며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이 일본과 공조해 이날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잉글랜드은행(BOE) 등 각국 중앙은행은 결국 칼을 뽑으며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달러-엔 환율은 18일 하루에만 80.620엔까지 올라갔다. 반등 폭은 5.48%에 달했다. 이후에도 오름세를 보이더니 4월 6일에는 85.520엔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거의 15년이 지났다. 일본이 다시 '공조'라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물론 당시와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 이번에는 극심한 '엔저(低)'다.
연준에서 시장 운영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3일 런던의 주요 은행을 상대로 '레이트 체크'(rate check)에 나섰다.
레이트 체크가 바로 환시 개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뉴욕 연은이 직접 문의했다는 점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공조가 다시 한번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계가 팽배해졌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하루에만 1.64% 급락했다. 155엔대로 돌아갔다. 종가(155.80엔)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가장 낮다. 달러-원 환율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440원대로 굴러떨어졌다.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2011년 중앙은행의 '엔 안정' 공조는 성공했을까. 결과적으로 변동성은 억제했지만, 추세를 돌리진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앞서 언급한 85.520엔을 찍은 후 다시 내림세를 타며 75.310엔까지 밀리기도 했다.
연합인포맥스 자료
개입은 시장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추세 자체를 돌려세우는 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부의 재정정책이었다.
미국은 당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다. 일본도 비둘기파적이었지만 미국이라는 '왕 비둘기' 앞에 초라했고, 엔은 다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지난 2024년에 대규모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4월 29일에 5조9천185엔 규모, 5월 1일에 3조7천700엔 규모로 개입했다.
외환시장에 10조엔에 가까운 달러를 투하하자, 달러-엔 환율은 160.207엔에서 151.861엔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3일 천하'였다. 10조엔이 무색하게도 달러-엔 환율을 정말 3거래일 만에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개입을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중기 방향성 자체를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은 같은 해 7월, 2차 개입은 시행한다. 7월 11일(3조1천678엔), 12일(2조3천670엔) 등 이틀에 걸쳐 총 5조5천348엔 규모의 달러를 매도했다. 160엔을 웃돌던 달러-엔 환율은 이후 두 달 동안 대체로 내림세를 타며 140엔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절반의 '실탄'만 쓰고도 효과는 더욱 컸던 셈이다.
두 개입의 차이점은 미국 지표다. 2차 개입 시기에는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오르면서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알다시피 미국은 그해 9월 '빅 컷'(정책금리 50bp 인하)을 단행했다.
사실, 지금 달러-엔 환율, 달러-원 환율 급등은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만 하더라도 미국의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율로 4.4%에 달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기준으로 작년 4분기는 5.4%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작년 연간 성장률은 1.0%, 일본은 국제통화기금(IMF) 전망 기준으로 1.1%에 그친다. 간신히 0%대 성장을 면한 셈이다.
달러-원이나 달러-엔 환율의 흐름은 미국의 경제지표에 달렸다. 이번 미국과 일본의 공조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혹은 지난 23일 이뤄졌다면 두 나라를 무엇을 본 것인지 궁금해진다.
jwchoi@yna.co.kr
최진우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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