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 업무의 전문성 제고를 목표로 전문직 채용에 나섰지만, 회계사 분야에서 경력 요건을 아예 두지 않으면서 내부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채용에서 무경력 회계사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설계가 채용 취지와 맞지않을 뿐 아니라 감독·검사 역량이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전문직 채용을 진행한다. 모집 인원은 회계사 30명 이내, 변호사 10명 이내다.
금감원은 이번 채용을 통해 금융감독 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채용 요건을 두고 내부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 분야는 업무 경력 3년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요구한 반면, 회계사 분야는 기존 경력직 채용과 달리 별도의 경력기간 요건을 두지 않았다. 한국 공인회계사 자격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두고 금감원 내부에선 "전문성 제고를 위해 뽑는 전문직 채용인데, 감독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회계사를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감원 직원은 "경력 없는 경력직 채용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라며 "신입채용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채용 요건을 둘러싼 불만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익명게시판 등에 따르면 직원들은 "필기시험 부담 없이 입사할 수 있는 구조 아니냐", "전문직으로 대규모 인력을 뽑아놓고 실제로는 관련 전문업무를 맡기지 않는 것 아니냐", "경력 요건이 없는 경력직 채용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회계사 채용을 5급으로만 진행하는 점도 논란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현장 수요는 경력 5년 이상급이 많은데, 정작 그런 인력은 5급으로 지원조차 못 하게 막아놓고 무경력 회계사만 5급으로 뽑는 구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전문성 강화가 목적이라면 최소한의 실무 경험 요건은 필요하다"며 "청년채용 명분을 내세웠지만, 채용 설계 자체가 그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감독 역량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무경력 회계사를 대규모로 채용할 경우 실무 투입까지 상당한 교육 기간이 필요하고, 당장 감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인력이 늘어나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계업계의 수급 상황 역시 이번 채용 설계에 대한 내부 반발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1천200명 중 수습기관 등록 인원은 지난달 22일 기준 338명(26%)에 불과했다. 업계 불황으로 회계법인들이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수습 취업난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에서 무경력 회계사를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감독당국이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받아주는 구조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거 금감원의 전문직 채용 과정에서 요건 완화가 논란을 불렀던 전례를 떠올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변호사 전문직원을 채용하면서 실무경력 1년 이상 등의 자격요건을 요구했지만, 2014년에는 국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완화하고 금융법 전공이나 금융기관 수습 경험이 있으면 우대하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2년 단위 계약직으로 갱신하던 대우도 심사를 거쳐 일반직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이 같은 채용 요건 및 처우 변경을 둘러싸고, 당시 로스쿨 3기 출신 변호사 임모 씨의 채용과 연관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감원은 인력 풀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인사국장은 "회계사와 변호사는 매년 경력직으로 채용해왔는데, 그동안은 주로 3년 이상 경력을 대상으로 선발해왔다"며 "지원자 풀을 넓히기 위해 이번에는 경력 요건을 완화해 3년 미만 인력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직 채용을 계속하다 보니 기존 요건만으로는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이번에는 5급 위주로 선발하려는 측면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6.1.2 mjkang@yna.co.kr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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