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환헤지는 환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지만 환익스포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개인도, 국민연금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달러-원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투자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집중돼 있던 국내 투자자의 자산배분이 해외로 나가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환율이 올랐지만 이런 상황은 2~3년이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이 선물환을 활용해 환헤지에 나서도록 권장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난 2008년부터 금융연구원에 몸담았다.
임 연구위원은 주로 채권, 자산운용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금융위원회 자문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연기금투자풀 운영위원과 사학연금 리스크관리 위원을 맡고 있다.
다음은 임형준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거주자의 달러 자산 규모가 커졌는데 눈여겨 보는 부분은
▲우리나라 연기금이나 개인은 과거 홈바이어스(자국 편향)된 투자를 해왔다. 지금은 자국에 쏠린 투자가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가계의 해외투자는 아직은 최적의 자산배분 비율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2010년대부터 개인 해외주식 투자가 지지부진했는데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다. 외국인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이 들어와 있어 추가 유입이 별로 없다. 반면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나가는 속도는 가팔랐다. 해외투자 규모보다 확대 속도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경상수지 흑자 국면에 환율 900원대도 갔는데 지금은 경상흑자인데도 기업들의 본국 송금이 옛날만큼 잘 안된다.
우리나라 현물환, 선물환 시장은 아직은 국제화가 안돼 있어 실수요 위주다. 외환관리를 하는 측면에서는 좋다. 그런데 내후년에 환율 1,300원 갈 것 같은데 하면서 반대 방향에서 받아주는 쪽이 없다. 외국인, 국내 기업, 우리나라 세 주체들의 수급이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환율이 올랐다. 투기적 수요보다 실수요로 올라간 장으로 봐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개인의 환헤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나
▲개인 선물환 매도 상품을 통해 환헤지 유인을 준다고 하는데 이는 개인한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힘든 게 환율이다. 시장이 지금 반영하고 있는 환율보다 개인들이 더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가. 장기투자를 하면 환헤지를 할 이유가 없다. 변동성을 주가 변화, 환율 변화, 환율과 주가 변화로 나눠서 보면 주가가 오를 때 환율이 하락한다면 큰 변화가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주식과 그 나라 통화의 환율 흐름이 몇 년을 제외하면 20~30년 봤을 때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금융위기가 있거나 미국 주가가 폭락할 때는 마이너스가 굉장히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게 좋다.
--환헤지의 다른 부작용 가능성도 봐야할까
▲환위험을 헤지한다고 하니까 위험이 없어지는 것 같은데. 주식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위험도 있다. 2008년에 경험했지만 주가가 빠지면 달러-원 환율은 오른다. 예를 들어 월마트 주가 100달러에 해당하는 환헤지를 해놨다면 선물환 매도를 해놓은 상태. 주가가 90달러가 됐다면 10달러 오버헤지가 된 셈. 그러면 선물환을 매입해서 포지션을 줄여야 한다. 선물환 매입할 때는 이미 환율이 올라있다. 환율은 더 올라간다. 그러다 주가가 다시 원복이 됐다. 다시 헤지할 익스포저가 10달러 생긴다. 이번에는 낮아진 환율에 선물환 매도해야 한다. 높은 환율에 선물환을 매입하고, 낮은 환율에 선물환을 계속 매도해야 하는데 트레이딩 로스가 굉장히 크다. 그래서 과거에 해외주식 펀드가 해외주가 하락률에 비해 훨씬 더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개인에게 이를 권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선물환 매도는 그 포지션을 갖는 것이다. 신중해야 한다.
--다시 국민연금 이야기를 해볼까요
▲국민연금은 과거 2010년 이후 환헤지 비율을 낮췄다. 그 전에 국민연금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을 굉장히 많이 했고, 골드만삭스에 위탁 연구도 줬다. 그렇게 해서 해외주식 할 때는 환헤지를 안하는 게 낫다고 봤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환헤지를 하지 않는데 예외가 있었다. 굉장히 시기가 짧은 투자를 할 때, 경영권 관련 문제가 있거나 할 때, 6~12개월 이내의 시계일 때는 환헤지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장기 투자로 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면 이런 경우는 환헤지를 안한다. 해외채권은 가격이 변하는 것보다 환율이 절대적이다. 채권 가격이 별로 안움직여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 미국 국채 가격보다는 달러에 투자하는 걸로 봐야 한다. 그런데 채권에 투자하고 환위험을 헤지하면 수익이 별로 안남는다. 10년 이상 장기채권에서 3~12개월 환헤지 파생상품을 계속 차환하며 환헤지하는 것은 비용은 높지만 헤지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달러 채권이 아닌 유로 등 다른 통화 채권은 환헤지 비용이 너무 높다. 그래서 해외채권도 다양한 통화 익스포저가 맞물려서 나가도록 하면서 환헤지를 많이 줄인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높인다면
▲장기투자는 환헤지를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현물환과 선물환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비해 작은 시장이다. 만약 12개월 후 미국 주식에서 인공지능(AI) 버블이 꺼진다고 보자. 주가가 빠지고, 환율은 오를 것이다. 국민연금이 헤지를 다 해놨으면 선물환 매입을 어마어마하게 해야 할 것이다. 오버헤지가 됐으니까. 주가 100달러 만큼 선물환 매도를 해뒀다면 주가가 50이 되면 달러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선물환 매입을 해야 한다. 미국 주가 폭락으로 달러-원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선물환 매입을 해야 하는 셈. 그 규모는 지금 우리나라 선물환 시장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선물환 매도했으니까 이제 환위험은 끝'이 아니다. 매입할 일도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한다면 재량을 굉장히 많이 가져야 한다. 10%포인트, 20%포인트 환헤지 포지션이 좀 벗어나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와 거버넌스가 돼야 한다. 기계적인 범위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환헤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환익스포저가 있는 외화자산은 든든한 버퍼이기도 하다. 1,480원대 환율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거나 해서 환율이 1,700원, 1,800원 간다고 하면 거주자들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호주 사례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호주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올랐다 금방 진정됐는데 호주의 경우 외화포지션이 거주자 해외투자가 워낙 많이 나가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안해서 환율이 엄청 올랐지만 사람들이 팔고 들어온 것이다. 지금 미국 주식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도 환율이 1,800원, 1,900원이라면 팔고 들어온다. 그런 부분이 버퍼가 된다. 그런데 전부다 환헤지가 돼 있으면 아무런 버퍼가 없다. 주가가 폭락했을 때 더 사야하니까 다시 몰리게 된다. 물론 개인들이 어느 수준의 환율이면 해외주식을 안살 거라고 냉정하게 생각하지는 못한다. 미국 주가가 하루에 10% 빠지는 경우도 많다. 환율 10%는 쉽지 않다.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보면 주가 변동폭에 비하면 환율 변동폭은 크지 않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적립식에 가깝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달러-원 환율이 계속 이렇게 높을 것으로 보나
▲지금은 자산을 배분하는 단계니까 환율이 오를 수 있는 시점이다. 다만, 이런 (해외투자) 속도가 2~3년 이상 지속되기는 어렵다. 둔화될 것으로 본다. 외환당국과 외환시장 부담도 덜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선물환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개인도 단기 투자하겠다고 하면 헤지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 투자라면 주가 변동위험이 환변동 위험보다 크므로 굳이 환헤지를 통한 환투자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국민연금 환헤지 역시 향후 15~20년 후의 수급자들을 고려해서 좀 더 장기적인 시야로 봐야 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있어 환율 하락 전망도 나오는데
▲WGBI의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신규 발행 국채나 통안증권의 3분의 1 이상은 외국인이 들고 간다. 그간에는 우리나라 기관들이 다 갖고 있어 별로 영향을 안받았다. 최근 우리나라 국채가 워낙 인기가 있는 이유가 선진국 재정이 이상해지면서 우리나라 정도의 신용등급에 수익률을 내는 국채가 없기 때문. 단순히 돈이 들어온다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다.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채를 투매한다면 파급효과가 점점 커질 수 있다. 외환시장을 24시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시장이 작으면 계속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yjung@yna.co.kr
정선영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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