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곽세연의 프리즘] 미리 보는 '릭 리더'

26.01.26.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포스트 파월' 시대가 임박했다. 오는 5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미 전 세계의 눈은 워싱턴의 차기 연준 수장 인선에 맞춰져 있다.

연준 의장은 웬만한 사람도 역대 의장을 기억할 만큼 글로벌 자본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전 세계 경제 대통령이다. 특히 관세, 지정학적 충돌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차기 연준 의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으로서도 '트럼프노믹스 2.0'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발표하겠다고 말하면서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내정됐음을 시사했다.

후보 명단에는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이 포함돼 있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해싯 위원장은 백악관 자리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신 깜짝 떠오른 인물이 릭 리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리더를 두고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높게 평가한 뒤 글로벌 예측시장에서 그의 지명 가능성은 커졌다. 지난 주말에는 최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릭 리더 블랙록 최고 투자책임자(CIO)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부문 CIO로, '마켓맨'이자 '채권쟁이'인 그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힌트는 올해 초에 나온 그의 노트에서 찾을 수 있다.

릭 리더는 'The Odds Are Changing: 2026 Is a Market for Investors, Not Gamblers'에서 "인플레이션이 더는 주된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고용이다"라고 했다. 그는 "모든 걸 종합해보면 2026년 연준의 과제는 더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미 압박받는 경제 일부분에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폭풍은 지나갔고, 고용 절벽은 눈앞에 있다"며 제약적인 정책에서 더 균형 잡힌 기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내에서 갈린 인플레이션과 고용파 가운데 고용 쪽에 선 '비둘기'다. 그리고 현재 정책 기조를 제약적이라고 본 점에서 '왕 비둘기'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원인이던 주거비가 3개월과 6개월 지표로 볼 때 코로나19 이전 추세로 다시 둔화하고 있다고 봤다. 관세로 인한 소음이 있었지만, 일회성 수준의 충격이었다는 게 데이터로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고용시장의 경우 헤드라인 숫자 외 기저의 슬랙을 볼 수 있는 모든 지표가 실제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에 엄청나게 기여했던 헬스케어의 여력도 바닥났다고 진단했다. 실제 헬스케어를 제외한 전체 일자리 증가 3개월 평균 이동평균선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침체 영역을 벗어나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10월과 11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이런 심각성을 볼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트럼프 정책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최근 떠오른 'affordability'에 대한 부분도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 대국민 생중계 연설에서도 자주 썼던 이 단어는 살림살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관세로 팍팍해진 미국 가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지금 최우선 과제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비를 낮추는 것이다. 올해 있을 중간 선거에서도 공화, 민주 양당이 치열하게 붙을 이슈가 바로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 완화, affordability다

리더는 이를 중요한 사항이라고 짚었다. "인플레이션이 식었는데도 가계, 교통, 보험, 기본 서비스 등 많은 핵심 물가가 한단계 높아졌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주택 소유가 힘들어졌고, 부의 분배와 소비가 불균등해졌다"며 고소득층과 중산층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가 다르고, 향후 몇 년간 고용시장에 대한 기대가 역사상 최악의 수준까지 내려간 조사 결과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노트에서도 확인됐듯, 리더의 통화정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일치한다. '히든카드'로만 거론됐던 그가 백악관 면담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비(非)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해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 수습을 주도했던 워시 전 이사,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윌러 이사와 달리 리더는 연준 시스템이나 워싱턴 정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파월 의장도 통상의 관료 출신은 아니었지만, 연준에서 오랜 기간 의장 준비를 해왔다. 이들과 아주 다른 결의 릭 리더는 눈치를 덜 보면서 연준 개혁을 이끌 외부 적임자일 수 있다. 또, 'Data Dependent'라고 특징지어질 만큼 과거 지표 성향이 강했던 파월 의장과 달리 현직 펀드매니저답게 실시간으로 변하는 지표에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AI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가진 '너무 늦은'이 아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한다.

리더는 월스트리트의 산증인이다. 1983년 에모리 대학에서 재무를 전공한 그는 198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MBA를 받은 뒤 선트러스트 뱅크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1987년부터 2008년 파산하기까지 리먼브러더스 글로벌 핵심 전략팀 대표로 근무하면서 채권통으로 이름을 날린다. 2009년 래리 핑크 회장의 삼고초려로 블랙록에 합류하기 전 잠깐 R3 캐피털 파트너스를 설립해 대표이자 CEO로 활약했다.

2조4천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해온 릭 리더는 숫자와 시장의 언어에 가장 익숙한 인물이다. 거의 인플레이션과만 싸워왔던 연준의 시대가 저물고, 고용과 체감 물가, 시장 신뢰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진짜 '시장의 연준'으로 '포스트 파월'이 어떤 얼굴을 갖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릭 리더는 그 변화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부장)

sykwak@yna.co.kr

곽세연

곽세연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