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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거진 한미 통상합의 해석 논란…대미투자법 시점 '발의냐 vs 승인이냐'

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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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당초 15%에서 25%로 전격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지난해 타결된 한미 통상합의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시 양국이 통상 합의를 하면서 자동차 등 품목관세 등의 인하 기준 시점을 놓고 한미 간 인식차가 노출된 것이어서 향후 협상 구도가 다시 불확실한 국면으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 난 2025년 7월 30일에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으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26일 의원 발의 형태로 국회에 발의했다.

양국 간 합의대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시점에 맞춰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의 품목관세를 15% 낮춘다고 관보에 게시하기까지 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발의만 됐을 뿐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향후 10년에 걸쳐 3천50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다는 점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야간 입장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논의 부진을 이유로 콕 집으면서 관세를 전격적으로 인상한 것은 사실상 양국이 합의한 통상 합의를 어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대미투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시점을 무엇으로 잡느냐다.

한미 통상합의 양해각서(MOU)에는 한국 정부가 일정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한다는 문구가 담겼지만, 이를 '법안 발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의회 통과 및 행정부 승인'까지 완료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국내 절차상 국회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시점부터 이행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는 입법 과정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가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면 합의의 실질적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대로라면 미국 측은 훨씬 엄격하게 해석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안 발의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불과하며, 실제 투자 효과는 법률이 확정되고 예산이 집행돼야 발생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이 원하는 기준은 '발의'가 아닌 '승인 및 집행'인 셈이다.

이러한 인식 차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중심적인 통상 접근법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동맹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서류 보단 결과'를 강조해왔고, 합의 이행 여부를 단기 성과 위주로 평가해왔다.

이번 관세 인상 역시 한국의 제도적, 절차적 설명보다는 미국 내에서 체감할 수 있는 투자 성과를 보여달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안을 단순한 관세 분쟁이 아니라, 통상 합의의 법적 구속력과 정치적 합의의 경계를 둘러싼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MOU는 조약이나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법적 강제력이 약한 정치적 합의에 가까운 만큼, 해석의 주도권은 결국 힘의 균형과 정치적 환경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국내 정치 일정과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이 요구하는 '승인 기준'을 단기간에 충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이번 사태는 한미 통상 합의가 어디까지 '약속'이고, 어디부터 '의무'인지를 다시 묻는 계기"라며 "대미투자법의 시점을 둘러싼 '발의 대 승인' 논쟁은 향후 한미 통상 관계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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