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MG손해보험 계약이전 및 영업정지 처분을 의결했다. MG손보의 영업은 4일부터 정지되며, 계약이전과 청산에 필요한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본사 모습. 2025.9.4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이 달라졌다. 그간 복수 원매자 확보에 실패해 유효경쟁 조건조차 채우지 못했던 예별손보가 이번엔 3곳의 후보를 협상 테이블로 앉혔다. 그중 2곳은 무려 금융지주다. 임직원의 고용 안정성은 물론, 상대적 고연봉, 기타 계열사와의 시너지, 지주에서 그려주는 성장전략까지 챙길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 금융지주다. 그래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금융사들은 늘 금융지주를 쳐다본다. 예별손보도 그랬다.
쟁쟁한 후보들의 참전 소식에 이해관계자들도 한껏 고무됐다. 하나와 한국투자 등 2곳의 금융지주에 더해 자금력을 갖춘 미국계 사모펀드운용사(PEF) JC플라워까지 입찰에 참여해서다. 인수 후보들의 네임밸류만 따지면 역대 최고다.
금융권에선 예별손보의 최종 인수후보를 하나·한국투자 정도로 압축하는 분위기다. JC플라워의 경우 태생적 한계가 명확해서다. 그간 PEF들의 소극적 대처가 일부 보험사들의 건전성 이슈를 불러왔던 만큼 PEF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금융당국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이렇다 보니 PEF 체제 속에서 망가졌던 예별손보를 또 PEF에 넘기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문제가 될 경우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베스트지만, 현실화가 쉽지만은 않다. 최근 금융지주는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 최근 M&A에 참여했던 금융지주 가운데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움직였던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KDB생명 인수를 추진했던 하나금융, 예별손보 실사까지 끝냈던 메리츠금융, 롯데손보에 관심을 보였던 우리금융까지, 대부분 막판에 의사를 철회했거나 다른 매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DB생명과 예별손보는 사실상 정부가 파는 매물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정치적 딜'로 봐야 했다. 그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빠진다.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전략적 지향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더는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한투지주의 인수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본다. 하나금융의 경우엔 이미 KDB생명 매각과정에서 한 차례 중도 이탈한 전례가 있다. 경쟁 금융지주들도 하나금융의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하나금융은 보험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국 예별손보를 통해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차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하나손보를 키우기 위해 부실금융기관 딱지까지 붙었던 예별손보를 인수한다는 접근도 합리적이진 않다고 본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가 불확실한 시기에 '조단위'가 들어갈 수도 있는 의사결정을 내린 것을 의아하다고 본다.
한투지주의 경우 '진정성' 측면에선 가장 우위에 있다. 그룹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그간 보험사 인수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어필했던 만큼,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라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문제는 보험권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뀐 지 꽤 됐다는 점이다. 매물은 많은데 원매자는 귀하다. 한투 입장에선 타이트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인수후보 확보가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액션이 필수적이다. 예별손보의 이번 매각은 예별손보 노사와 금융당국이 합의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계획에 없었던 매각 절차였지만,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노조의 요청을 금융당국이 막판에 수용하면서 만들어진 귀한 판이다.
원매자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봤던 금융당국 예상과 달리 초반 분위기도 좋다. 그렇다면 도와줘야 한다. 매각을 통한 정리는 계약이전보다는 경제적이라는 게 업계의 컨센서스다. 계약이전으로 넘어갈 경우 정리가 가능한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당하다. 이미 계약이전에 참여하기로 했던 손보사들 사이에선 계약을 떠오는 작업이 계획했던 스케줄대로 가긴 무리라고 보는 평가가 많다. 동력이 떨어졌단 의미다. 더 나아가 배임 등의 문제로 계약이전이 손보사들의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부터는 예별손보가 계약이전에 결국 실패하고, 예보의 자회사로 편입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예보 입장에서 자회사를 하나쯤 갖는 것이 나쁜 것 없다는 얘기도 함께 돌았다. 제2의 KDB생명이 굳이 필요할까. (금융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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