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아래로 방향을 틀면서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를 사들였던 기업들이 보유 물량을 급하게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2달여 동안의 고환율 국면에서 기업들이 쌓아둔 달러화 규모가 최소 수십억달러에서 많게는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국환은행의 외화예금은 1천194억3천만달러로 전월 대비 무려 158억8천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기업 외화예금은 1천25억달러로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중 달러화 예금 잔액이 819억2천만달러였다. 3년 만에 최대규모다.
연초에도 기업들이 환율 상승 국면에서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에 높은 환율로 매수한 달러화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롱스탑(매수 포지션 청산)이 쏟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12월과 올해 1월 고환율 국면에서 기업들이 쌓아둔 달러가 많아 환율 하락 국면이 본격화하면 앞다퉈 매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환율이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가 자리 잡으면 기업들의 달러 매도 행렬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1월에도 기업들이 달러를 열심히 사들여 12월 이후 단가가 높은 매수 포지션이 200억달러가량 쌓여있을 수 있다"며 "연말 1,470원대 레벨에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도하지 않은 수출업체들은 현재 조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달러-원 환율이 1,450원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기업들의 매도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연초 수출 호조로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6억2천만달러 적자로 1~10일에 기록한 26억6천만달러 적자에서 적자폭을 20억달러 넘게 줄였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2%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이 364억달러를 기록한 결과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데 따라 일평균 수출은 25억1천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14.9% 늘었다.
1월 들어 날이 갈수록 수출이 탄력을 받으며 유입되는 달러화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일부터 10일 사이 무역적자와 내국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 19억4천만달러를 합산하면 달러 유출은 46억달러 규모다.
이를 상쇄할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1조3천900억원으로 최근 환율로 환산했을 때 9억6천만달러에 그쳐 36억4천만달러가 순유출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1일부터 20일로 기간을 늘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줄어든 무역적자에 내국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 31억1천만달러를 더하면 달러 유출은 37억3천만달러로 계산되나 13억달러 규모로 늘어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를 따져보면 순유출 규모는 24억3천만달러로 감소한다.
매수 우위 수급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실제 기업의 달러 벌이가 순항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국인의 미국 주식 매수 강도도 약화하는 추세다.
이달 5일부터 한 주 동안의 순매수 규모는 14억달러를 넘어섰고, 12일에 시작하는 주간의 순매수도 13억달러 이상이었지만 19일부터 23일까지의 순매수 규모는 6억7천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3조2천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약 22억달러를 들여왔다.
'5천피', '천스닥' 행진에 발맞춰 외국인 자금 유입도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처럼 주요 수급 채널에서의 달러 순유출이 줄어드는 방향은 매수 쏠림의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
국민연금이 올해 해외 투자 비중을 당초 계획에서 1.7%포인트 낮은 37.2%로 줄인 가운데 벌이가 좋은 수출기업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네고 물량을 내놓으면 달러-원 환율 하방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세제 패키지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연초에 집중되는 수입용 달러 수요가 잦아드는 것 또한 수급 균형의 변화를 예상케 한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도 달러-원 환율이 위로 크게 튀지 않은 배경으로 쏟아진 수출업체 네고 물량, 강해진 매도 베팅 등이 거론된다.
하나은행은 "1월 이후 계절적으로 약했던 수출이 점차 회복되면서 약했던 달러화 매도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개인의 해외 투자 달러 매수 물량은 여전히 적지 않지만 최근 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고 있어 작년 말보다 수급 불균형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주식 예탁금 증가세보다 국내주식 예탁금의 증가세가 더 빠르다"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 해외 주식 자금이 국내로 환류될 조짐이 보인다. 달러 매수세가 완화하고 공급이 풀려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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