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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LG ③] 대외 보폭 확대하는 총수들 사이…'정중동' 구광모

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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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리더십 선호…전문 경영인 중심 '책임경영' 강조

경영 활동 노출 빈도↓…그룹 '미래 방향성' 설정 역할 집중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팔을 걸고 시원하게 '소맥'을 들이켰다. 평소 볼 수 없었던 '회장님들'의 소탈한 모습에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이들의 '러브샷'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AI 깐부 동맹'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 이재용 회장이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찬을 했다. '삼성의 영빈관' 승지원으로 초대해 극진히 대접했다. 앞서 이날 오후 칼레니우스 회장 일행은 여의도 LG 트윈타워를 먼저 찾아 전장 협력을 논의했다. 이들을 맞은 건 LG 주요 계열사 CEO들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일즈 일선에 선 그룹 총수들과 대조적 행보

최근 LG그룹 주식들이 코스피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이면서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 회장 특유의 '조용한 리더십'이 LG의 증시 소외를 더욱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른 기업 총수들이 경쟁하듯 대외 보폭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자칫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요즘처럼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최고경영자의 확신에 찬 대외 행보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믿고 투자하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2026년 신년사 전하는 구광모 LG 대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위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은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남들 앞에 나서서 성과를 자랑하기보단 겸손한 자세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경영 스타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허례허식 없이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실용성을 모든 의사 결정의 판단 기준이자 근거로 삼는다.

그렇다 보니 전문 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에 '진심'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전권을 부여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은 뒤에서 조용히 돕는 역할을 자처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구 회장은 "계열사 CEO가 돋보여야 회사가 발전한다"면서 자신을 'LG그룹 회장(직급)' 대신 '㈜LG 대표(직책)'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깍듯하게 위계를 따지며 권위를 내세우기보단 각 계열사 CEO를 존중하고 역할을 인정한다. 실제로 LG그룹 내부에선 모두가 구 회장을 '구 대표'라고 부른다.

경영 스타일이 이렇다 보니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살 때도 있다. 일반 대중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을 만한 외부 행보가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아무래도 실용주의는 겉으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다른 총수들보다 경영 활동의 노출 자체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최근 이례적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직접 기업 세일즈에 뛰어드는 모습이 자주 공개되며 LG 소외가 다소 도드라졌다.

한-중 비즈니스 포럼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외행사 직접 챙기지만 사업은 적임자에게…실용주의 행보

구 회장은 당연히 해외 경제사절단 같은 국가 차원의 행사나 그룹을 대표하는 공식 자리에는 직접 간다.

하지만 사업과 관련해선 본인보다 적임자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 사람을 보낸다. 그게 더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11월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의 회동이다. 양 사 간 전장 협력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 LG전자[066570]와 LG디스플레이[034220], LG에너지솔루션[373220], LG이노텍[011070] 등 4개 사 CEO가 참석했다. 구 회장은 함께하지 않았다.

전기차 부품과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율주행 센싱 등 실질적인 사업 협업 논의가 오간 만큼, 담당 경영진이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CEO들은 작년 3월 직접 독일 벤츠 본사로 날아가 칼레니우스 회장과 한차례 협력을 논의했던 멤버들이기도 하다.

이후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2월 벤츠와 2조원이 넘는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계열사들 역시 조만간 본격적인 협력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LG, 메르세데스-벤츠와 'One LG' 자동차 부품 설루션 협업 확대 논의

[출처: LG전자]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했던 '깐부 회동'도 유사하다.

이재용, 정의선 회장이 젠슨 황 CEO와 맥주잔을 기울인 다음 날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소식이 전해지자 'LG의 부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호스트로서 함께 치맥을 즐기진 못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따로 시간을 쪼개 황 CEO와 만나면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최 회장 역시 SK텔레콤[017670] 몫으로 엔비디아 GPU 5만장을 약속받았다.

사실상 4대그룹 중 LG[003550]만 빠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LG는 AI 연구원을 중심으로 AI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LG그룹은 이미 충분한 GPU를 확보해 놓은 상태여서 굳이 추가 물량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것 역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취지다.

AI 시대를 선도하는 엔비디와의 협력 역시 이미 '진행 중'이다. LG전자 등이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 등 미래 기술 선점에 나선 상태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은 실용주의로 취임 이후 줄곧 계열사 자율경영 시스템을 강조해 왔다"면서 "구 대표는 큰 틀에서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보고 큰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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