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29일 은행권을 대상으로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최근 법원이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면서 제재 수위와 과징금의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감원은 법원 판단이 제재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본원에서 홍콩 ELS 관련 2차 제재심을 개최한다.
최근 법원이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하면서 제재의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 제재심에는 은행별 준법감시인과 법률대리인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하도록 통보하는 등 경계수위를 한층 높인 모습이다.
앞서 법원은 최근 홍콩 H지수 ELS 투자 손실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6일 개인투자자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 예측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스스로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봤다.
특히 은행이 기초자산의 최근 20년 가격 변동 추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판매사가 아닌 발행사에 적용되는 기준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결이 알려지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과징금을 산정한 핵심 논리와 법원 판단이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은행이 '20년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불완전판매의 주요 근거로 삼아 은행권에 총 2조원 안팎의 과징금·과태료 조치안을 사전 통보한 상태다. 일부 은행의 경우 모의실험 결과 미제시가 사실상 유일한 제재 사유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감원은 법원의 판단을 제재심의의 결정적 요소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개별 투자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판단으로, 제재심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민사소송은 개별 영업점의 불법 판매 여부를 사안별로 판단한 것이고, 제재심은 감독당국 차원에서 전체적인 불완전판매 구조와 책임을 보는 절차로 법원 판단이 제재심에서 결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권 역시 이번 판결이 곧바로 제재 수위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감독당국의 판단 기준과 법원의 시각 차이가 확인됐다는 점에는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적인 신호 하나가 나온 정도이지, 이 판결 하나로 제재심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불완전판매 판단 기준과 과징금 산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이번 판결은 과거 ELS에 여러 차례 투자한 고객이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제기한 민사소송 사례"라며 "이를 근거로 제재심에서 불완전판매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설명의무 적용 범위를 두고 금감원과 법원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은 감독당국도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법원 판결은 금감원의 제재 논리를 당장 뒤흔들기보다는 감독당국과 은행권 간 법리 공방의 변수를 하나 추가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보호 기조를 앞세운 감독 논리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한 사법 판단이 어떤 접점을 찾을지 이날 제재심이 향후 논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일 판결만으로는 어렵겠지만, 투자자 자기책임을 강조한 판단이 반복될 경우 제재 수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판결문 자체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촬영 이세원]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