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달러화 약세 등이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번 랠리가 단순 투기 열풍이 아닌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자고 일어나면 신고가…유례없는 상승 속도
2024년부터 조금씩 상승 시동을 걸던 금 가격은 상승 속도를 높이더니 새해 들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써 내리며 유례없는 속도로 급등하고 있다.
29일 연합인포맥스 귀금속 선물 종합(화면번호 6902)에 따르면 금 현물은 지난 26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천달러를 넘었다.
이후 금 가격은 다음날인 27일 장중 5천100달러를 돌파했고, 28일에는 5천300달러를 넘어섰다.
29일에도 급등세를 펼쳤는데 아시아 장 초반 5천4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같은 날 불과 몇시간 만에 5천500달러마저 돌파했다. 이날 장중 최고치는 온스당 5천591.20달러로, 5천600달러선 코앞까지 올랐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2월 금 선물 역시 이날 장중 5천500달러를 돌파하며 현물과 마찬가지로 급등세를 보였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금 가격이 온스당 500달러 넘게 상승한 것은 역대급 급등 속도로, 외환과 원자재 시장을 통틀어 전례가 드문 상승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첫 달이 지나기도 전에 벌써 27%가량 상승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27%, 65%씩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새해 들어 금 상승폭은 훨씬 더 가팔라진 것이다.
금 가격이 올해 급등한 것은 새해 들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단기간에 강하게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간밤 열린 미국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장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었다는 평가 역시 금 가격을 끌어올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한 데 시장이 안심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간밤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노동시장이 추가 악화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 누구의 기본 전망도 아니다"고 답했다.
◇ 금 가격, 급등 배경은…"구조적 변화"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이유로는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달러화 약세 등이 꼽힌다.
중앙은행들은 자산 다각화에 나서며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하면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세계 중앙은행들의 월간 매입량은 80톤(t) 남짓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도 최근 "각국이 미국의 부채 문제와 지정학적 위기를 우려해 달러 대신 금으로 보유고를 옮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점 역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매수세가 늘어난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겨냥해 과감한 군사 작전을 감행했을 때나 그린란드를 향한 야욕을 드러냈을 때 금 가격은 안전 선호 분위기 속에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지연과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에 대한 수요 역시 금값을 지지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란 화폐 가치의 질적 저하에 대비한 투자 전략으로, 금 가격 상승과 달러화 약세의 이유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등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를 가속화했다.
달러지수는 지난 27일 장중 95.5까지 밀리며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으며, 현재는 반등해 96.15선에서 등락 중이다.
금 랠리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적 성격의 자금들이 유입되는 점도 최근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경제 고문은 "점점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금을 직접 모델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있으며,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적 성향의 단기 투자자들이 금 매수에 동참하는 점 역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매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금 랠리가 단순 투기 열풍이 아닌 구조적 요인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차타드(SC)의 수키 쿠퍼 글로벌 원자재 연구원은 "이번 전례 없는 금 랠리는 전략적인 매수세가 아닌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금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jykim@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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