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은행의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킨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만일 차별 채용이 있었다고 해도 앞선 금융권 은행장들의 무죄 판결과 마찬가지로 법인 및 인사담당자와 공범이라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오전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했다"며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예외적 사정 없이 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는 함 회장의 지시로 추가합격자를 사정하기 위한 '추가사정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봤지만,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들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고 봤다.
앞서 채용 특혜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은 지난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함 회장은 이 중 경영권 박탈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은 피하게 됐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해당하는 벌금형 유죄는 확정됐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던 지난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지인 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과 합숙면접, 임원면접 등에 개입하며 불합격 지원자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2013~2016년 신입행원 남녀비율을 4 대 1로 차별 채용하도록 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은 증거관계상 2016년 합숙면접 합격자 선정과 관련해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할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선 1심은 함 회장이 부정채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고, 차별 채용은 은행장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한 관행이었다며 함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에 대해서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또한 함 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이 유지됐다.
약 8년간 진행된 금융권 채용비리 법 다툼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면서 이에 엮인 최고경영자(CEO)들의 운명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앞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와 은행 내부의 고위직 임원 등으로부터 청탁받고 이들의 자녀, 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실형을 받았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5~201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2심은 "합격자 결정이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그 합격자가 추천대상이라는 이유로 이뤄졌다면, 이러한 행위는 우리은행의 공공성 유무나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대표자의 권한 밖"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위성호 전 신한카드 대표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지원자에 대해 인사권자의 일방 결정이 있었다고 봤다. "다음 단계에서 검증해 보자"는 지시가 있었던 점이 합격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당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조 회장은 인사부에 '전형별 합격 여부를 피드백해달라'고 했고, 이에 해당하는 3명 중 2명은 최종 합격했다.
이에 1심은 조 회장이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는 안 했지만, 채용팀이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판단하며 면접관들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판결에선 조 회장이 전달한 지원자들이 정당하게 합격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2심의 무죄 논리를 인정했다. 결국 학력과 외국어 실력 같은 이른바 '스펙'을 갖추고 있어 부정 합격자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금융권 채용 비리에 있어 특정 지원자에 대한 지원 사실과 관계를 알린 것만으로는 점수 조작 등이 최고경영자(CEO)의 행위로 직접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례로 조 회장은 무죄를 받았지만,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에 대해서는 유죄가 유지됐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에서 채용비리 재판에 연루되며 성차별 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던 하나은행의 김종준 전 은행장은 1심부터 대법 판결까지 모두 무죄를 받았다.
김 전 은행장은 지난 2013년 하반기 신입직원 공개채용에서 남성을 우대해 채용하는 방안을 승인해 남녀지원자를 4:1의 비율로 합격시킨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하나은행 하반기 신입공채에서는 남성 지원자 104명, 여성 지원자 19명이 최종합격했다.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남성 위주 채용 방식은 적어도 10년 이상 이어지며 은행장의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관행적인 관성이 한 은행장의 지시만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 채용담당자들이 직접 김 전 은행장에게 공개채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도 무죄 판결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데 기여했다.
(서울=연합뉴스) 30일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왼쪽)과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신임 사장이 출범식에 참여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10.30. photo@yna.co.kr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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