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제7회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29 [금융감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정부가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또다시 유보하기로 결론 내리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체제에서 금감원이 정부의 관리·통제 틀을 다시 한번 벗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통제 수단이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으면서 금감원이 현행 관리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유보' 결정을 내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금감원 운영 및 업무 전반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주무부처 중심의 현행 관리·감독체계와의 중첩으로 자칫 자율성과 전문성 훼손이라는 비효율적 결과가 초래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기존에 부과된 이행 요건은 유지하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내부 통제 체계 보완 등 추가 관리 조건을 붙이는 방식이다.
다만 지정 유보 결정을 유지한 만큼, 매년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형식적으로는 '관리 강화'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통제 수단을 또다시 적용하지 않기로 한 셈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적용되는 경영 공시 의무, 경영 평가, 예산·인사 관리 등은 당분간 금감원에 적용되지 않는다.
관가에선 이번 공운위 결론을 두고 금감원이 정부의 관리·통제 틀 안으로 편입되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영향력이 결과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2017년 내부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진 이후 본격 추진됐고, 2021년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며 감독 부실 책임론과 함께 다시 힘을 얻었다.
지난해 9월에는 금융당국 조직개편 과정에서 공공기관 지정 계획이 '깜짝 발표'되며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공기관 지정은 유보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이번 결정은 금감원이 전방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대를 요구하며 권한 강화를 시도하는 국면에서 내려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권한은 넓어지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반면,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외부 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이 감독기관을 넘어 '준(準)금융검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이 됐다면 금감원 운영 전반에 실질적인 제약이 걸렸을 텐데, 이번에도 그 부담을 넘겼다"며 "결과적으로 금감원은 권한은 확대하고, 통제는 최소화하는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의 존재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고 감독·검사 기능 강화와 특사경 권한 확대를 통해 금감원의 독자적 위상을 키워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특사경 권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도, 금감원과 원장 개인의 정책적·정치적 입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금융권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공운위 결정은 단순한 행정 판단이라기보다 힘의 균형이 반영된 결과"라며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매번 유보되는 구조 자체가 현재 이찬진 원장의 영향력과 금감원의 위상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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