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는 숫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나라면 지금 살 거냐 팔 거냐를 생각하면서 쓰려고 합니다. 판단을 내릴 땐 내러티브보단 '숫자'로 설명하려고 하죠"
모두가 이차전지 섹터에 취해 있던 지난 2023년,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좋은 기업인 건 분명했지만, 그가 추산한 적정 기업가치를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작년 초부터 이차전지 섹터에 대해 15% 내외의 업사이드가 존재한다는 '중립' 의견으로 돌아섰다. 올해 역시 상단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다시 매수해야 하는 시기"라고 제안했다. 이번에도 그 근거는 숫자였다.
김 연구원은 29일 연합인포맥스가 주최한 제15회 금융대상 베스트 리서치 수상자 인터뷰에서 "LG에너지솔루션 기준으로 시가총액 120조 원은 전기차 부진을 고려하더라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가총액 레벨"이라며 "주가가 오른 현재도 업사이드가 20%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업종에서 가장 추천하는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그는 "대형주라서가 아니라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만 보자는 생각인데, 그게 지금은 LG에너지솔루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그가 제시하는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는 55만9천원이다. 추가적인 목표주가 상향을 위해서는 본진인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ESS나 로봇은 성장하는 분야지만, 이차전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며 "이차전지 매출에서 여전히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차 시장이 좋아져야 한다. 전기차 수요 회복으로 배터리 출하가 늘고, 그에 따른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이 풀리는 시점은 최소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금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정책이나 탈탄소 정책에 기대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각국 정부의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전쟁이나 이민자 문제 등 실존적인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신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수준이 높아지면 전기차 시장도 풀릴 수 있다"며 "그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최소 2027년 이후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에 대해서는 배터리 섹터의 새로운 추세적 상승 논리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로봇으로 인해 배터리 섹터의 시가총액이 (LG에너지솔루션 기준) 120조 원을 훌쩍 넘기려면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직 로봇은 시장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그는 "그나마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게 현대차의 아틀라스나 테슬라의 옵티머스 판매 계획"이라며 "아틀라스의 경우 2030년까지 5만대 정도를 얘기하는데, 로봇 1대당 배터리 탑재 용량을 3키로와트시(kWh)로 계산해보면 시장 규모가 1기가와트시(GWh)도 안 나온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가 얘기하는 것처럼 수백만 대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본다"며 "그 시점은 2030년 이후로 본다. 아직 가까이 있진 않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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