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의 중심, 부동산→자본시장…주식, 모험자본이자 생존전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민들의 재테크 선호도가 부동산에 주식으로 변화한 것은 '강력한 실체'를 동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은 줄곧 변방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 그 견고했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며 '주식이 재테크 선호 1위인 사회'라는 제목의 글의 남겼다.
김 실장은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충격을 겪은 한국인에게 가장 절실한 가치는 '증식'이 아닌 '안전'이었다"며 "당시 은행 예금은 자산 형성의 수단이기 이전에 불확실한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초기 산업화 세대에게 금융이란, 기회를 포착하는 도구가 아니라 피땀 흘려 일군 소득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에 가까웠다"고 봤다.
이후 부동산으로 자산의 중심추가 올겨간 데 대해 김 실장은 "예금이 주던 안정성 위에 부동산 불패 신화가 결합하면서 '주택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한국 사회의 공고한 상식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산 형성의 표준 경로가 됐고, 동시에 가계부채의 구조적 확대로 이어졌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주택은 거주의 공간을 넘어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다"고 했다.
그는 "그 긴 시간동안 주식은 줄곧 변방에 머물렀다. 합리적 투자보다는 투기에, 기업의 가치보다는 카지노의 운에 가까운 이미지였다"며 "한국은 은행과 부동산이 금융의 골격을 이루는 견고한 체제였고, 자본시장은 언제나 부차적인 영역으로 취급돼왔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중심으로 국가의 부를 축적해온 앵글로색슨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경로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처음으로 주식이 국민 열 명중 세 명(31%)으로부터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 1위에 오른 사실을 언급했다.
올해 1월 가장 유리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꼽는 국민 비중은 열 명중 네 명(37%) 수준까지 확대됐다.
김 실장은 "이 변화는 단기적 반등이라기보다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아 가는 양상을 보인다"며 "시장 역시 코스피 3,000을 넘어 5,000시대를 열며 이 선택이 시대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이 숫자만으로 주식이 본질적으로 안정 자산이 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사람의 심리와 경제 시스템은 강한 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자산 선호 역시 쉽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김 실장은 "이번 변화는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가 동시에 정렬됐다"며 "심리가 이동한 자리에 가격이 따라붙었고, 담론의 중심 또한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라면 이는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자산 선택의 기본값 자체가 서서히 재설정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이 변화의 저변에는 세대교체라는 거대한 지각 변동도 자리하고 있다"며 "오늘의 청년 세대는 예금이 자산을 불려주던 고금리의 기억도, 부동산이 계단식 자산 상승을 보장하던 신화도 공유하지 못한 세대"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에게 주식은 투기가 아니라 모험 자본이며, 회피가 아니라 성장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며 "기업의 혁신과 산업의 전환에 자신의 미래를 연결하려는 적극적인 생존 전략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더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 강력한 실체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최근 한국 증시의 흐름은 유동성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에너지, 방산, 전력 인프라 등 글로벌 밸류체인의 핵심 노드를 장악한 이른바 K-대표 기업들의 위상 변화가 그 근거"라고 썼다.
그는 "이들은 더 이상 내수 시장에 갇힌 대형주가 아니다"며 "이익 구조는 견고해졌고, 기술적 해자는 깊어졌으며, 시장 지위는 과거와는 다른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결국 주식 선호 1위라는 결과는 우연한 랠리의 산물이 아니다. 제도적 개선, 기업의 실체, 산업의 위상, 그리고 자본을 바라보는 인식이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비로소 같은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결과"라며 "기업이 먼저 바뀌었고, 시장은 뒤늦게 그 가치를 승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흐름을 또 한번의 투기 국면으로 소모할 것인지, 아니면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중심의 선진국형 구조로 정착시킬 것인지는 이제 제도와 선택의 문제"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지수의 숫자가 아니다. 이미 이동한 자산 인식의 에너지를 혁신과 성장으로 연결해낼 자본시장의 내구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다"며 "남은 것은 이 변화가 한 시대의 일시적 기록으로 남을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뉴노멀로 굳어질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연합뉴스)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7 [광주전남사진기자단]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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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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