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전산 수요…이공계 인력 역부족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국내 자본시장 발전과 활황에도 증권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는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 연장부터 알고리즘 거래 확산, 전산사고 대응까지 전산·인프라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문과 출신이 호령하는 증권가 조직 체계는 한계점으로 거론된다.
◇ 증권사 임원 '십중팔구' 문과 출신…현실은 "IT 리더십 없다"
3일 연합인포맥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증권사의 임원 현황 및 주요 경력을 살펴본 결과, 문과 출신 비중이 적게는 80%, 많게는 9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 자기자본 기준 상위 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임원들 전공은 전통적인 문과 계열인 ▲경영학 ▲경제학 ▲무역학 ▲회계학 ▲국제경영학 ▲정치학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1960년대생 임원의 경우 전체 90%에 이르는 비중이 문과 출신이었다.
1970년대생에도 문과 출신이 많았지만, ▲산업공학 ▲수학 ▲전산통계학 ▲정보통계학 ▲물리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등 이공계 전공이 일부 포함됐다. 1980년대생에는 ▲컴퓨터공학 출신도 있었다.
압도적으로 문과 출신 임원이 주류를 차지하는 가운데 주로 트레이딩, 플랫폼, 솔루션 개발이나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부문에 이공계 인력이 자리를 잡았다.
증권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및 알고리즘 거래 등으로 진화하면서 전산 안정성이 중요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사적인 의사결정을 책임지거나 인프라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증권사 인사 담당자는 "과거 금융권은 문과 경영·경제 중심이었다"며 "최근 데이터와 디지털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IT 백그라운드를 갖춘 인력을 선호하는 추세이나, 조직 전반을 핸들링하기엔 문과만의 장벽이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 전산장애 방지·거래시간 연장 등 과제만 수두룩…데이터 폭증 한계 토로
하지만 임원급에서 이공계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증권가 앞에는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적지 않다. 기본적인 전산장애 예방부터 거래시간 연장, 토큰화 등 향후 자본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공계 인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전산장애 발생 건수는 지난 2020년 66건에서 2024년 100건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정보기술(IT) 인력 부족과 업무 복잡도 증가가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까지 추진되는 등 증권사 전산 운영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거래량 증가로 인한 물리적 전산 시스템 확보는 점진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인력 체계는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이공계 인력을 채용해도, 기존 시스템을 단번에 바꾸기에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또한 임원급 의사결정자와 실무 인력 간에 시각 차이 역시도 대응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거래량과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현재 인력 구조로는 제대로 기술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전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과거에 낙후된 전산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도, 실제 수정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제도 변화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스템 용량이 20~30%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예를 들어 여섯 자리에서 일곱 자리로 아예 자릿수가 바뀌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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