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현상 속에서 채권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 5천 시대 축포와 한때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환율의 이중고 속에서 당국의 잇단 발언은 채권시장에 소외감마저 주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연초답지 않은 한 달을 보냈다.
매파적인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 발언이 연이어 더해지면서 국고채 금리는 출렁였다.
각국 대외금리가 상승하는 등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도 이어졌다.
최근 골드만삭스 주최 '글로벌 매크로 컨퍼런스'에서의 이창용 한은 총재의 목소리가 국채금리 상승에 또다시 힘을 실으면서 채권시장은 숨 쉴 틈 없는 새해 첫 달을 보냈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현 정부 동안에는 채권이 살아남기 힘들 듯하다"며 "정부와 한은의 관심이 모두 주식과 환율에 집중돼 있다 보니 채권 시장 소외 속 매수가 붙을 요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도 정부가 채권시장에서 조달할 자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올해 220조원 이상의 국고채 발행이 대기 중이다.
대미 투자펀드 조달과 정책 사업 강화로 공사채와 특은채, 은행채 등 'AAA' 크레디트 채권의 발행 증가 가능성도 커졌다.
국고채 물량은 이미 입찰 전후로 서울 채권시장의 금리 부담을 높이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수급 불안감이 크레디트 시장으로도 전이되면서 투심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B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크레디트 약세는 일단 수급이 약하다는 시그널"이라며 "공사채의 경우 국채 구축으로 해당 시장까지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장의 시급성을 따져볼 때 정부 입장에서 채권시장까지 살필 여유가 많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쏠린 자금을 주식으로 향하게 하자는 대의명분은 이번 정부의 큰 도전이다.
대내외 신인도를 흔드는 달러-원 환율 추이 역시 한은의 매파적 기류를 강하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코스피 활황발 축배와 환율 안정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 속에서 후순위로 밀린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은 결국 다시 정부의 조달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장 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채무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소외된 채로 두기엔 채권시장 안정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C 증권사 채권 딜러는 "주식시장 활황으로 투자 수익이 올랐더라도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마이너스 효과를 고려하면 소비 활성화 등의 측면에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보인다"며 "주식으로의 머니무브가 무조건적인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당국도 대책 없이 채권 시장에 발행 물량 부담을 지우는 건 아니다.
당국은 수급 부담 완화 카드로 세계국채지수(WGBI)를 주목하고 있다.
오는 4월 편입을 전후로 유입될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국채 시장의 소화 여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외국인 자금에만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결국 외국인에게 우리 시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남기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C 딜러는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채권 가격은 연초부터 급락 중인데 이 와중에 WGBI 유입은 외국인에겐 바겐세일과 다름없을 것"이라며 "더욱이 WGBI는 국고채로 들어올 뿐 크레디트물 매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시장까지의 훈풍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국의 발언이 투자심리 악화를 더 가속하는 현 상황상 외국인의 매수세가 붙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A 딜러는 "지금 분위기면 채권을 늦게 살수록 이익인 상황이라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WGBI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부 시장팀 피혜림 기자)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