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은행 부동자금 증시로 '머니무브'
주담대·대기업 위주 대출→중기로 자금 유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한상민 기자 =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에 잠겨있던 자본의 물길을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틀기 위한 정책을 가속화하면서 은행에 머물고 있던 부동 자금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은행 요구불예금이 한 달 사이 30조원 이상 빠져나간 대신 국내 증시에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와 투자자예탁금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기조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12조원 가까이 급증한 반면, 가계대출은 점차 쪼그라들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년 10개월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한 달 새 30조 이탈…대부분 주식시장으로 흘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51조5천379억원으로 전월(674조84억원) 대비 22조4천705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이 20조원 넘게 빠진 것은 202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 예금과 달리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새해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5,000을 돌파한 데 이어 코스닥마저 '천스닥'을 찍자 은행에 보관 중인 여윳돈을 찾아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는 연말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도 뺐다. 1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936조8천730억 원으로 전월보다 2조4천133억원 감소했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진 것도 매력을 떨어뜨렸다.
업계에서는 증시로 대규모 '머니 무브'가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7일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빚투 열기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개월 전만 해도 21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역대급 불장에 지난달 30조원도 넘어섰다.
금융권에선 돈의 흐름이 반년 만에 확 달라진 데 대해 새 정부 출범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과거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고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이동시키겠다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두 번의 상법 개정과 고배당 상장법인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 드라이브로 역대 가장 빠른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포모(FOMO) 심리가 발동하면서 자산가는 물론 한 번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일반고객까지 국내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상당하다"면서 "불어난 증시 자금 중 상당액은 은행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6개월 새 중기대출 12조 급증…생산적 금융 '효과'
자금 물줄기의 변화는 은행 대출에서 더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5대 은행이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675조9천53억원으로 작년 6월보다 11조8천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5조7천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쳐 중기대출 증가액의 절반에 머물렀다.
그간 은행들이 리스크 측면에서 담보 능력이 좋은 대기업대출을 주로 취급해왔던 것과 달리 생산적금융 기조가 확대되면서 신규 중기대출 취급에 더 힘을 싣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에 집중돼 온 자금이 기업대출에 유입되도록 혁신기업과 성장 초기 산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은행권의 자금 운용 방향이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에서 성장·혁신 산업이 몰린 중소기업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올 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는 610조1천244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4천836억원 감소했다. 월말 주담대 잔액이 전달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응하느라 빗장을 걸어 잠갔다 연초 영업을 재개했음에도 오히려 직전 달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1.8%) 대비 올해 더 낮은 목표치를 설정할 방침인데,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을 더욱 가속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금융당국은 주담대에 대해서도 별도의 관리 목표를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계대출 총량의 월별 증가 한도도 따로 부여해, 한 해 동안 증가세가 고루 관리될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선 일단 새 정부가 투자의 관심을 주식시장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으나, 롤러코스터 장세만큼 자금 이동의 변동 폭도 커 여전히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이나 주가 흐름 등에 따라 자금이 대규모로 몰려왔다 빠져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기 위해선 자본비율 등 여러 방면의 인센티브와 추가적인 보안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smhan@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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