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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워시 쇼크'가 던진 숙제

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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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통하는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통화당국 수장으로 케빈 워시를 선택했으나, 정작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종 자산가격이 곤두박질하고 있어서다. 케빈 워시가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당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10% 급락했고, 은 가격은 무려 30% 이상 폭락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2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5.26% 떨어졌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20원 가까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 설명 : 은선물가격 추이

워시가 연준 이사 재직시절 양적완화(QE)에 반대하는 등 예상보다 매파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그러나 워시가 연준 이사로 재직할 때는 매파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AI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금리인하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오히려 비정통적인 통화정책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기준금리 인하에는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워시가 연준의장으로 지명된 직후 전개되는 금융시장 발작 현상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자산 가격이 조정 없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워시의 과거 매파 발언이 부각되면서 가격조정의 빌미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폭락하기 전까지 올해에만 지난주까지 1개월 동안 24% 상승했다. 결국 단기적인 가격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 케빈 워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다. 이는 글로벌 자산가격은 물론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워시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지만, 과도한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금융 불안을 자극하고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연준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달리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워시의 행보는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종착역에 다다른 상태다. 무엇보다 국내적으로도 부동산과 환율 이슈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다만 연준이 금리인하를 이어갈 경우 한은도 서둘러 기존의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거둬들이기도 쉽지 않다.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으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발작이 건전한 조정으로 마무리될지, 자산가격 하락의 시발점으로 작용할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의 과거 매파 발언과 향후 유동성 축소 가능성만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자산가격 상승이 실물경제 개선이 아니라 유동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 설명 : 일본 30년만기 국채금리

바야흐로 저금리 시대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그동안 제로금리로만 알았던 일본 국채금리가 장기물 영역에서 이미 4%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국채금리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유동성에 더 큰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자칫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되면 금융시장은 이번 워시 쇼크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충격파로 전개될 수 있다. 국내외 통화당국이 시장에 충격을 줄이면서 유동성을 수습하는 숙제를 잘 풀어야 하겠지만, 이제는 유동성 랠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전개될 수 있는 금융 불안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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