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금융가 이모저모] 연말연초 관행 된 시중은행 '카드교환'

26.02.04.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연초마다 시중은행 영업점 현장에서는 이른바 '카드교환'이 반복된다.

카드 발급이나 은행 앱 설치 등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실적 항목을 두고 은행원들끼리 서로 가입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연간 실적 마감과 새해 목표 설정이 겹치는 시기에 영업 압박이 집중되면서 매년 비슷한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의 영업은 영업점 단위로 목표가 부여된 뒤 이를 다시 개인별로 나눠 책임지는 구조다.

카드 발급을 비롯해 은행 앱 신규 설치, 대출 상품, 개인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등 실적 항목도 세분화 돼 있다.

특히 연말은 연간 실적 마감, 연초는 새해 목표 설정이 겹치면서 영업 압박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시기다.

최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나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교환을 구하는 글도 수시로 올라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 실적 교환 가능하신 분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을 통해 다른 은행 소속 직원들이 응답하는 식이다. 교환 제안과 함께 "이 시기 다들 힘들다", "서로 버텨보자"는 공감성 반응이 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은행원 개인이 본인의 실적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스스로 교환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교환이 개인 차원을 넘어 영업점 단위로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근에 위치한 서로 다른 은행 영업점끼리 카드 발급이나 앱 설치 실적을 일정 수량씩 맞교환하기로 한 뒤, 각 영업점 직원들이 이를 나눠서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실적을 맞추기 위한 팀 단위 대응"이라는 인식도 있다.

영업 실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현장 은행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카드 설계사를 통해 발급하면 연회비 지원 등 혜택이 비교적 명확한데, 은행 창구를 통한 카드 발급은 고객 입장에서 매력이 크지 않다"며 "가족과 지인 인맥을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실적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최근 은행권의 경쟁 구도가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거론된다.

특히 트래블카드나 정책성 카드 등 비교적 신규 영역에서는 선점 효과가 향후 시장 점유율과 비용 구조에 직결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초기 실적 확보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트래블카드나 나라사랑카드처럼 특정 은행이 먼저 시장을 선점한 상품을 보면 이후 다른 은행들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한꺼번에 뛰어드는 양상이 반복된다"며 "이런 영역에서는 초기에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가 마켓셰어 확대는 물론, 조달 비용이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실적 경쟁은 단순히 카드 몇 장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비용 경쟁과 시장 선점 싸움으로 이어진다"며 "이 과정에서 현장 영업점과 개인에게 부과되는 실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카드교환이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행위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지만, 실적 중심의 평가 구조가 유지되는 한 현장에서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과거에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내부 관리와 통제가 강화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비슷한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문제는 카드교환이라는 현상 자체보다, 왜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느냐는 점"이라며 "영업점과 개인 단위 실적 관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 없이는 현장의 '버티기용 관행'이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금융부 윤슬기 기자)

sgyoon@yna.co.kr

윤슬기

윤슬기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