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 증시로 '머니무브'…신용융자 급증에 증권사 대출 중단
[※편집자주: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로 개인 투자자인 '동학개미'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코스피 반도체 업종이나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 등 동학개미가 대규모로 매집한 종목을 위주로 급등하면서 동학개미의 수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동학개미 수급 현황과 그들이 만들어낸 시장 분위기를 짚어봅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5,200선을 넘어선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쇄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감, 이른바 '포모(FOMO)' 현상이 확산하면서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처음으로 110조 원을 돌파했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나오지만,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세를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매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식 사고도 실탄 남았다…하루 만에 5조 유입된 '머니무브'
4일 금융투자협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11조2천9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1월 30일(106조325억 원) 대비 하루 만에 5조2천641억 원이 급증한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대기 자금으로, 증시 유입 자금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주목할 점은 개인의 순매수 규모와 예탁금 증가의 괴리다. 지난 2일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천87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통상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면 결제 대금이 빠져나가 예탁금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은 개인이 4조 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음에도 예탁금 잔고는 오히려 5조 원 넘게 늘어났다. 이는 은행 예금이나 타 자산 시장에서 증시로 유입된 신규 자금 규모가 주식 매수 대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컸음을 시사한다.
◇"빚내서라도 산다"…신용융자 30조 돌파에 증권사 '빗장'
상승장에 편승하려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도 뜨겁다.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0조4천731억 원으로, 사상 처음 30조 원 벽을 넘어섰다. 지난달 27일 29조 원대였던 잔고는 불과 4거래일 만에 1조 원 넘게 불어났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잔고 증가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심리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 수요가 폭발하자 주요 증권사들은 신규 대출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되는데, 최근 대출 급증으로 한도가 소진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3일부터 신용융자 매수 주문을 일시 제한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예탁증권 담보융자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NH투자증권 역시 4일부터 신규 증권 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종목별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거품 아니다" vs "실물과 괴리"…엇갈리는 시선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며 5,000시대를 열자 시장에서는 '버블' 논란과 '재평가'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는 현재의 주가 상승이 기업 실적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지수가 급등했지만, 우리 증시를 버블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부족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대폭 상향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지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해 1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익 체력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현재 지수 레벨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반도체 중심의 이익 성장세와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AI 산업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가시성이 확보된 점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실물 경기와 주가 간의 괴리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저성장 국면에 머무는 상황에서 자산 시장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유동성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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