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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슈퍼사이클] "이번엔 다를까?"…산업 내 '이익 이전' 시작됐다

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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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과거의 전형적인 경기순환 패턴을 탈피해 유례없는 '산업 전환기'에 진입했다.

과거의 슈퍼사이클이 PC와 스마트폰 등 대중적 소비재의 양적 팽창에 의존했다면, 이번 주기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산업 내 이익이 재편되는 '이익 이전(Profit Migration)'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익 이전은 경영전략가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가 제시한 개념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 부가가치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4일 반도체 업계는 이번 사이클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단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시장 매출 2030년 1조달러 도달 예상

[출처: 딜로이트 보고서]

◇ 모바일 시대 저물고 'AI 서버'가 이익 싹쓸이

과거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PC와 스마트폰에 있었다면, 이제 그 무게 중심은 급격히 서버로 이동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D램 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던 척도인 스마트폰 출하량과 PC 교체 주기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움직였고, 이는 곧 제조사의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정반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생산에 라인이 집중되면서 일반 IT 기기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스마트폰 제조 원가는 최대 30%까지 치솟았다. 결국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정체된 스마트폰보다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쏠리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B2B)로 이익의 원천을 완전히 옮겼다.

2023년 기준 서버 및 네트워크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이미 전체의 57%를 차지하며 자동차나 산업용(31%)을 압도했다.

특히 생성형 AI 칩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이다.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생성형 AI 칩 시장 규모는 당초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1천25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칩 매출의 2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2025년에는 이 규모가 1천500억 달러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PC와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되거나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4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상위 5%가 이익 100% 점유'…승자독식의 그림자

이번 사이클의 가장 기형적인 특징은 '매출과 물량의 디커플링' 현상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4년 생성형 AI 칩은 매출의 20%를 차지했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웨이퍼 비중은 전체의 0.2% 미만에 불과했다. 이는 소수의 초고가 칩이 시장의 부가가치를 독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4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19%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약 2.4% 감소했다.

딜로이트는 이를 "두 시장의 이야기(Tale of two markets)"라고 지칭했다. 생성형 AI 칩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이상의 압도적 성과를 거두는 반면, 자동차, 컴퓨터, 통신 등 AI 노출이 없는 전통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저조한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 2년간의 투자 부재로 인한 물리적인 증설 제약이 더해지면서, 기술적 진입 장벽을 확보한 소수 기업에 이익이 집중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특히 의미 있는 수준의 공급 확대는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특정 분야가 산업 전체의 부가가치를 독점하는 비동조화 현상은 과거 사이클보다 훨씬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반도체 수요 전망 사이클

[출처: 다올투자증권]

◇ '갑을 관계'의 반전…맞춤형 메모리의 탄생

부가가치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설계의 주도권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반도체 제조사가 만든 범용 칩을 고객사가 구매했지만, 이제는 빅테크 기업(Hyperscalers)들이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주문형 반도체(ASIC)'을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맞춤형 실리콘 시대'는 반도체 기업이 누리던 부가가치를 설계 역량을 갖춘 고객사가 직접 가져가는 '이익 이전' 현상을 가속한다.

메모리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생성형 AI 학습 및 추론 급증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데이터 센터 서버의 필수 요소가 되었으며, 2030년까지 전체 D램 시장 내 침투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단순한 메모리를 넘어 로직 다이 위에 D램을 적층하는 복잡한 패키징 과정을 거쳐야 해, 고객사와 제조사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맞춤형 메모리'로 변모했다.

다올투자증권은 '2026년 반도체/소부장 전망' 보고서에서 이를 과거 2016~2018년 사이클 때처럼 장기공급계약(LTA)이 부활하며 수요 가시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과거와 달리 이례적로 선주문이 동반되는 구조지만, 공급 상황이 바뀌며 상대적인 수요와의 괴리가 줄어들 때까지는 이 같은 구속력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딜로이트]

◇ 2030년 1조 달러 시대…"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6천억달러에서 2030년 매출 1조 달러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단순한 물량 증대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첫째, 수요의 확장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향후 2년은 B2B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 등 실생활과 연결된 '물리 AI(Physical AI)'로 수요가 확장될 것이라 분석했다. 삼일PwC 또한 자율주행 단계가 '레벨3' 이상으로 고도화되면 차량당 반도체 소요량이 1천개 이상으로 급증하며 '바퀴 달린 고성능 컴퓨터'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했다.

둘째, 리스크의 상수화다.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Small yard, high fence)'와 같은 접근 방식의 수출 통제와 글로벌 인재 부족 현상은 성장을 제약하는 상시 변수가 됐다.

딜로이트는 대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가 반도체 공급망 파편화를 가속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전 세계 약 200만명인 반도체 직접 고용 인력이 산업 성장에 따라 2030년까지 추가로 100만명의 숙련된 전문가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산업 전체의 성장이 제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슈퍼사이클의 승자는 단순히 반도체를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이 52%에 달하는 혁신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가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이후 주요 기술 혁신

[출처: 삼일 PwC 보고서]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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