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쇼티지 장기화에 원가 부담 '껑충'…협상 주도권도 내줘
일부 판가 인상 불가피…기타 원가 절감·포폴 조정 병행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영향은 어떤 형태로든 있을 것이다. 전례 없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치솟는 메모리 가격으로 인해 이같이 원가 상승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이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또 다른 축인 DX부문(완제품)은 그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칩 제조사인 동시에 완제품(세트)을 파는 회사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천장을 모르고 올라가는 메모리 가격에 '진퇴양난' 상황에 놓인 세트사의 고충을 삼성전자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다.
◇삼성전자 부문별 희비 가른 '메모리 가격 급등'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DX부문과 LG전자[066570] 등 세트 기업들은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일 뛰는 메모리 몸값에 사업 부문별 희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메모리를 '판매'하는 DS부문(반도체)은 '싱글벙글'인 반면, '구매'해야 하는 DX부문은 '울상'이다.
반도체 고객사 격인 DX부문 입장에선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DX부문에는 삼성 갤럭시(스마트폰)를 만드는 MX사업부와 TV사업을 하는 VD사업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A사업부 등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트사들은 PC와 스마트폰, 가전 등의 원가에서 20% 안팎을 차지하는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과 이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겹치면서 메모리가 세트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메모리 쇼티지 장기화는 공급망 불확실성도 키웠다. 세트사들에 안정적인 메모리 물량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전까진 고객사(세트사)가 갖고 있었던 협상 주도권이 자연스레 반도체 회사로 넘어갔다.
◇포기할 수 없는 판매량·수익성…깊어지는 고민
이에 세트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반도체 가격 인상분을 제품 판매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원가가 올랐으니 자연스럽게 판가를 높인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자칫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매출이 증가하기는커녕 되레 감소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선택지는 '마진 축소'다.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떠안아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이는 극심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기껏 힘들게 물건을 만들어 팔고도 손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을 수 있어서다. 전례없는 메모리 가격 급등에 세트사가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세트사들은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격을 올리자니 판매량 감소가 우려되고, 그렇다고 해서 원가 상승분을 무조건 떠안자니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진퇴양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가 상승분과 자체 여력, 판매·수익 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방안을 찾는 게 목표다. 이러한 고민은 주요 기업 CEO들의 입을 통해 곳곳에서 드러났다.
노태문 사장은 사실상 이달 말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가격 인상을 암시했다.
그는 "소화 가능한 부분은 당연히 내부적으로 소화할 것"이라면서도 "소화 범위를 벗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 등 여러 부분에 대해 유통 및 파트너사와 협업해 최적의 지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의 팀 쿡 CEO 역시 실적발표에서 "최근 칩 공급에 제약이 있고, 메모리 가격이 계속해서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번 분기 총 마진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메모리 가격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LG전자 역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비중이 높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판가 인상을 포함해 추가적인 원가 절감, 스펙 최적화, 프리미엄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전반적인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대응 계획을 밝혔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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