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동산 망국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좌시한다면 나라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며 국정 최고 통수권자가 직접 나섰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면서 결연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무엇이 이같은 위기의식을 가져왔는지, 연합인포맥스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4편의 기획물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 계정에 5월 9일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물이 일부 증가하는 등 대통령의 엄포가 효과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이 현상이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李대통령 "마귀에게 양심 빼앗겼나"…연일 다주택자 압박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식 엑스 계정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일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라며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건 아니겠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종료를 5월 9일로 못 박은 뒤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보도가 나오자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4년 전부터 매년 종료 예정됐던 것인데 대비를 안 한 다주택자의 책임이 아닌가"라며 "부동산 투자·투기하며 '또 연장하겠지'라는 부당한 기대를 가진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는 게시물을 또 한 번 올리며 유예 연장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강하게 압박하자 시장은 일단 움찔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의 주요 상급지에서는 실제로 한 달 전에 비해 매물이 늘어나는 흐름이 관찰됐다.
강남구는 8천261건의 매물이 나와 지난달의 7천62건에 비해 16.9% 증가했다. 송파구는 한 달 전 3천331건에서 현재 3천997건으로 19.9% 늘어 매물 증가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초구도 5천902건에서 6천774건으로 증가해 14.7% 늘어났다. 용산구도 매물이 8.6% 늘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겹겹이 쌓인 규제로 인해 이런 현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 전역이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어 대부분 세입자가 입주해 있는 다주택자의 매물을 팔기 위해서는 기존 세입자의 퇴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퇴거를 거부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거래 자체가 막히게 되는 상황이다.
서울 전세 매물이 감소세라 세입자들도 최대한 버틸 유인이 크다.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천674건이다. 이는 정부가 토허제 확대 조치를 내놓은 작년 10월 15일 2만4천369건 대비 11.1% 감소한 수치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거래하고 싶어도 거래가 안 된다"라며 "다주택자들이 거래하는 물건만이라도 토허제를 풀어주지 않는 이상 매물이 잠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5월 9일까지 계약한 매도 물량에 대해서는 3~6개월까지 양도세 유예를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의 임대 기간까지는 토허구역 규제를 예외로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명 대통령 엑스(X) 계정 캡처]
[출처 : 아실 홈페이지 캡처]
◇ 대출규제·공급대책 모두 효과는 오리무중…양도세는 다를까
현 정부 들어 정부가 내놓은 굵직한 부동산 대책은 작년의 '6·27 부동산대책'과 '9·7 부동산 대책', 그리고 '10·15 부동산 대책'과 올해 1월 발표한 '1·29 주택 공급대책'이 있다.
이 중 '9·7 부동산 대책'과 '1·29 주택 공급대책'의 주를 이룬 공급 문제는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착공에서 실제 분양까지 최소한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안정에 미치는 효과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반면 '6·27 부동산대책'과 '10·15 부동산 대책'은 대출 규제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통해 부동산 수요와 거래를 억제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대출 규제 결과 25억원 초과 주택은 주담대를 2억원만 받을 수 있게 됐고,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에서는 4억원, 15억원 이하에서는 6억원의 한도가 정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대출 억제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 의도한 시장 안정 효과는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수도권과 서울, 서울 동남권 아파트 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각각 0.5%, 0.9%, 0.4%였다.
그런데 '6·27 대책'이 나온 6월에는 상승률이 각각 1.5%, 2.3%, 3.6%로 가팔라졌다.
9월 들어서는 집값이 다시 한번 큰 폭으로 뛰었다. 당시 수도권의 전월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3개월 만에 최대인 1.4%였고, 서울은 4년 3개월 만에 최대인 2.4%를 기록했다.
같은 달 서울 동남권도 한 달 만에 3.3%나 오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강남과 한강 벨트의 최선호 입지에서는 대출을 막아도 전액 현금으로 수십억원대 아파트가 신고가로 거래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경우 정부가 보유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3월, 4월이 됐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거래도 안 되면 보유세를 인상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보유세를 올린다면 대신 매도에 나설 수 있게 양도세를 낮춰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증시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현재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실패했던 과거와 다르다며 정책 효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전에는 부동산이 유일한 투자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대체 투자수단이 생겼다"라며 "객관적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변했다"며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투자수단으로 부동산이 압도적이었지만 이제 2위로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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