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편집자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동산 망국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좌시한다면 나라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며 국정 최고 통수권자가 직접 나섰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면서 결연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무엇이 이같은 위기의식을 가져왔는지, 연합인포맥스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현황을 짚어보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4편의 기획물을 송고합니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부동산 시장에서 '다주택자'는 오랜 기간 투기 세력의 몸통으로 비판받아왔다.
정부는 이들을 겨냥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보유세 강화라는 강력한 '세금 그물'을 쳤다. 하지만 규제의 화살이 다주택자를 향하는 동안,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방 아파트 3채를 가진 사람보다 서울지역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세금과 수익률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똘똘한 한 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세제 혜택으로 펼쳐진 강남행 레드카펫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부동산 세제가 사실상 '똘똘한 1채 쏠림 촉진법'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가격이 아닌 주택 호수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방이나 외곽 지역의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 자산 가액이 크지 않더라도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지는 반면, 공시가격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강남 아파트라도 1주택자라면 최대 8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양도세 중과도 마찬가지다. 1주택자는 12억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10년을 보유·거주했다는 똑같은 조건에서 서울의 이른바 '똘똘한 1채'를 팔았을 때와 지방의 3채를 팔았을 때 시세차익 15억원을 각각 거뒀다고 가정해보자.
1주택자가 팔 때는 시세차익 12억원까지는 비과세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양도세 적용세율도 1주택은 일반과세로 최대 45%지만 3주택자는 양도세가 중과돼 최대 75%에 이른다. 이 경우 1주택자의 세금이 4천200만원으로 수익률은 97%에 달한다. 3주택자는 11억4천만원을 세금으로 내 수익률은 24%로 뚝 떨어진다.
[출처:연합인포맥스 인포그래픽]
◇ 한은의 진단 '서울 쏠림이 시장 왜곡의 근원'
이러한 세제의 왜곡은 실제 지표에서 부작용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택 시장으로의 수요 집중이 전체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수도권, 특히 서울 상급지로의 쏠림 현상이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핵심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면서도 세제는 '서울 한 채'를 정답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서울 중심의 금융 불균형을 심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소득이나 임대료 등 실물 경제 여건과 비교해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측정하는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2021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25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동안 떨어지던 위험 수준이 지난해 0.90까지 치솟은 것이다.
아울러 서울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모든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고점을 회복하는 가파른 움직임을 보였다.
◇ 규제의 역설…구조적 해법 고민할 때
결국은 '주택 수'에 매몰된 낡은 과세 체계가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고착화하고,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주택자를 옥죄어 집값을 잡겠다는 논리는 이미 시장에서 실패로 판명 났다.
이제는 '똘똘한 한 채'에 과도하게 집중된 비과세 혜택과 공제 제도를 재검토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 수가 아닌 전체 자산 가액을 기준으로 한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5월 9일 종료하는 양도세 중과 유예는 시중에 다주택자 매물을 나오게 하는 효과를 기대케 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는 똘똘한 한 채로 지나친 쏠림을 막아야 하는 순서가 기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엑스·옛 트위터)에 "정부는 의지와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정부 정책에 맞서 손해 보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고 감세 혜택을 누리며 다주택 해소하기 바랍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단기간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한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예 종료 전 세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매물 출회 가능성은 존재한다"면서 "다만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거래제약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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