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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권의 쿰파니스] "아마는 없다…확실하게 드가자"

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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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본 것일까.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며 '부동산과의 전면전'에 나선 데는 분명 근거가 있을 것이다. 이전 정부들도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반복해 왔지만, 이번에는 확연히 다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한 명징한 무언가를 내놓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완전히 무너졌다. 연초에 정부가 소위 '찌질한' 공급대책 정도만 내놓고 로우키(low-key)로 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이 또한 빗나갔다. 정면 돌파라고 하기에는 방향과 메시지가 너무 명확하다. 오히려 '싸하다'라고 느낄 정도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한 보완 방안이 발표된 이후 임광현 국세청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2019년 1월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다. 2021년 1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대폭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임 청장이 제시한 수치를 보면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건수는 2019년 3만9천건이었다. 그런데 본격 시행을 1년 앞둔 2020년에는 7만1천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시행이 이뤄진 2021년에는 11만5천건으로 확 늘어났다. 세혜택을 줄이자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올해 5월 9일 세혜택을 종료하면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본 것이다.

국세청은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됐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양도차익이 10억원일 경우 2주택자는 최대 2.3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최대 2.7배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예컨대 15년전 10억원을 주고 산 집을 20억원에 5월 9일까지 팔면 현 기준으로 세금은 2억6천만원이다. 하지만 5월 9일 이후에는 2주택자는 세금이 5억9천만원, 3주택자는 6억8천만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각각 3억3천만원과 4억2천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미리 팔면 10억원의 양도차익 중 7억4천만원을 내 주머니에 넣을 수 있지만 버티면 차익의 60~70%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양도세 중과 5월9일 계약까지 유예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비롯해 세제개편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026.1.26 cityboy@yna.co.kr

이재명 대통령이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번 중과 유예 종료 조치는 새롭게 세금을 매기는 증세는 아니다. 4년 동안 정부가 방기했던 조치를 원상복구 하는 것일 뿐이다. 어찌 보면 2019년 정부가 부동산 세제에 변화를 주면서 정책방향을 제시한 데 맞춰 사전적으로 집을 팔았던 사람들은 억울할 수 있다. 그 이후 강남 3구를 필두로 서울 집값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이득을 본 사람보다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다 손해 본 사람이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직전 정부가 느닷없이 유예를 선언하고 4년간 방치한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이다. 그 사이 부동산 불패 신화는 더욱 공고해졌고, 결국 돈을 부동산에 묻어놔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치는 더욱 커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화한 것도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망국적 부동산 시장'을 끝내겠다고 자신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 세계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인 국내 주식시장이 국민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명확한 대체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데 있다. 소위 '부동산 몰방'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와 기대수익률을 주식시장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부동산이 거의 유일한 자산증식 수단이었지만, 기대수익률이 더 높아진 또 다른 시장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너무 빠른 시간 동안 코스피가 수직으로 상승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굴리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은 우리의 우려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완전히는 아닐지라도 상당폭 줄어든 건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제시한 코스피 목표치는 6,000이다. 작년 10월에 5,000을 제시했는데 불과 석 달 만에 1,000포인트를 올려 잡은 것이다. 강세 흐름이 더 셀 경우 7,500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IB인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제로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은 '메모리 더블 업'이었다. 메모리 호황을 바탕으로 한 두 회사의 이익 전망치를 각각 245조원과 179조원으로 예측했다. 2024년 9월 '겨울이 곧 닥친다'라는 보고서로 반도체 비관론을 설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두 회사의 이익 전망과 시총 비중(40%)을 고려하면 코스피가 6,000 이상으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대체시장이 생기고, 기대수익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전통적 부동산 자산 증식 선호론자들 입장에선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중과 유예 종료 조치 결정은 서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실 다주택자가 5월 9일 이전에 보유주택을 팔지, 안 팔지는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세금을 감내할 정도라면 굳이 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는 게 절대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공산은 크다. 대출 억제를 통한 수요 조이기 대책에 더해 각종 세제 혜택 축소까지 더해진다면 부동산 투자를 통한 기대수익률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매물은 늘어나고 호가와 실거래가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연하게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누누이 밝혀온 보유세 카드까지 꺼내 든다면 부동산 시장은 그로기 상태까지 갈 수 있다.

"저는 공약 이행률 평균 95%를 기록하는 등 당선이 절박한 후보 시절에 한 약속조차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제 대한민국 최종 권한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빈말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 투기를 옹호하시는 여러분들은 맑은 정신으로 냉정하게 변한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섬뜩한 말들이다. 여태껏 어떤 대통령도 이렇게 강하게 말한 적은 없다.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는 분명하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이 아마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향해 "아마라는 표현을 두 번 하셨는데 아마는 없다. 아마는 없다"고 반복했다. 시장의 강렬한 욕구를 억제하려면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따라 누군가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을 탓하는 것보다 명확한 원칙과 방향성에 따라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정말 치밀해야 한다. 아마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앞으로는 아마는 없다. 확실하게 드가자(들어가자의 경상도 말)". 대한민국 자산시장의 대변혁이 이뤄지는 분기점이 될지 궁금해진다. (경제부장)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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