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6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당국이 가동 중인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오는 3월 말로 예고된 TF의 결론에 이목이 쏠린다. TF가 제시하는 지배구조 방향성은 현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최근 차기 회장 단독후보를 결정하고 주주총회만 앞둔 신한·우리·BNK금융은 물론 올해 말 차기 CEO 선임 과정을 진행하게 될 KB금융까지 '초긴장' 모드다. 일찌감치 차기 리더십 이슈를 마무리했던 iM·JB 등 기타 금융지주들도 과거 절차에서 흠이 잡힐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불편한 상태다.
지배구조 이슈에 관심이 큰 인사들은 이번 TF가 내놓을 큰 줄기의 결론은 어느 정도 나왔다고 본다. 앞단에선 주주추천 사외이사 수를 늘려 기존 CEO의 '참호구축' 우려를 최대한 덜어내고, 뒷단에선 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결정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은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넘겨야 하는 일반결의 절차로 다뤄진다. 특별결의 안건으로 분류될 경우엔 기준이 훨씬 빡빡해진다.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구조다. 주주 100%가 주총에 참석하는 경우엔 67%의 지지를 확보해야 연임에 성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해당 아이디어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관치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만한 방법도 없어서다. 주주이익 극대화 관점에서 지배구조 이슈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정서상 하자가 덜하다. 결국 주주들의 의지가 보다 잘 반영될 수 있는 판을 깔기 위해 관(官)이 개입하는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현재까지 나온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우리금융에서 파생됐다. 앞서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과점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를 꾸렸다. 이렇다 보니 초창기엔 CEO를 제외한 이사회 전원이 주주추천 인사였던 때도 있었다. 현재는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선 과점주주들의 공백을 내부 추천으로 어느 정도 채운 상태다. 그래도 절반 이상은 주주추천이다.
특별결의를 통해 연임을 결정하자는 아이디어도 우리금융 제안에서 비롯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부당대출 이슈와 보험사 인수·합병(M&A) 등의 이슈가 맞물렸던 국면에서 3연임에 대해선 특별결의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금융당국에 전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이를 꽤 괜찮은 아이디어로 평가했다. 주주가 주도권을 쥐고 CEO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콘셉트가 최근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은 물론, 기대효과도 괜찮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를 연임부터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도 결국 여기서 나왔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구조를 만들면 문제들이 사라질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과점주주 이사회 체제 내에서도 과거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의 3연임 도전으로 홍역을 치렀다. 금융당국 전 수장들이 나서 "현명하게 판단하라"며 전 CEO와 이사회를 압박했던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당시 금융당국 내부에선 우리금융 사외이사 자체가 또 하나의 권력이 돼 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날 선 비판도 있었다.
'서치펌'을 통한 외부 사외이사 추천 등의 방법들도 제한적이긴 마찬가지다. 그간 지주 회장 선임 절차나 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후보군 확보를 위해 서치펌을 선정하는 과정에선 늘 잡음이 흘러나왔다. 될 만한 후보를 제안해야 성공 보수를 챙길 수 있는 업계 구조상 내부 이해관계를 외면한 독립적 의사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별결의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평가도 있다. 금융지주 회장 입장에서 주주들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너무 다양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주주가 금융사든, 일반 산업 기업이든 드러나지 않게 지원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해 '내 편 만들기' 고리를 끊어내긴 쉽지 않다고 본다. 이렇다 보니 주주들 가운데서도 금융지주 CEO와 각을 세우는 곳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행동주의펀드 정도에 불과하다. 강력한 수단인 국민연금 활용법은 또 제한적이다. 자칫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지배구조 이슈가 과연 제도로 풀 수 있는 문제인지에 대한 의심이 있다". 관련 이슈를 오래 담당했던 금융당국 전직 관료는 이렇게 말한다. 그만큼 답을 찾기 어렵고, 결국 정답이 없는 논의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번 TF 논의 결과에 특히 주목도가 큰 것은 이 이슈를 끌고 가는 인사들의 면면 때문이다. 현 정권 실세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문제를 제기한 첫 과제였던 데다, TF 수장은 '해결사' 권대영 부위원장이 맡았다. 이 원장도, 권 부위원장도 결과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최소한 '이너서클'의 작동을 막을 수 있는 묘수가 나올 수 있을까. 시간이 없다.(금융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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