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머니 무브'는 자산시장, 금융시장에선 너무나 흔한 일이다. 기대수익이 높은 자산으로, 또는 안정적인 자산을 찾아서 시장 흐름에 따라 돈은 쉼 없이 이동한다. 지금은 주식시장이 블랙홀이나 다름없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또 은행 예금에서 주식으로. '오천피'와 '천스닥'이 불러온 머니 무브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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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물길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트이기 시작했다는 건 꽤 바람직하다. 부동산은 '비생산적'이면서 투기적인 자산이다.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만 놓고 보면 그렇다. 주식도 투기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부동산과 결정적인 차이는 '생산적' 자산이라는 데 있다. 기업이 투자 확대 등의 이유로 자본을 조달하는 데 주식시장만큼 좋은 창구는 없다. 주가가 광범위하게 오르면 다수 국민의 부를 늘리는 효과도 분명해진다. 노후를 대비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자금까지 주식 관련 자산으로 집중되는 세상이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 강화는 물론 기업 투자로 이어지는 생산적 자금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처럼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는 나쁠 게 없지만, 은행 예금에서 주식으로의 일방적인 자금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5대 은행의 1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51조5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22조5천억원이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이 한 달 새 20조원 넘게 빠진 것은 202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정기예금 잔액도 1월 말 약 937조원으로 전월보다 2조4천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예금 인출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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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수익 기반은 전통적으로 예금에 있다.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에서 돈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우려를 더한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면 은행은 채권 발행이나 고금리 예금 확대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런 흐름이 길어지면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업과 가계 등 금융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안정적으로 모인 예금은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어지지만, 예금이 빠져나간 만큼 고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덩달아 대출 금리도 뛰게 된다. 기업과 가계 모두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단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처럼 증권시장 접근성이 낮은 경제 주체들은 은행 대출 축소나 이자 부담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는 실물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심각한 요인이다.
머니 무브는 시장의 본능이자 투자자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은행 예금에서의 급격한 자금 이탈은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예금 기반이 흔들리면 은행의 전통적 역할은 축소되고 그 여파는 기업과 가계, 나아가 실물경제 전반에까지 미친다. 은행은 더 이상 예금-대출의 중개자가 아니라 디지털 금융과 자산관리, 투자 혁신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변모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급속도로 진행 중인 머니 무브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은행에서의 예금 인출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구조 변화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금융업자는 빛의 속도로 바뀌는 새로운 금융 질서 속에서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 (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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