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수익률 높아도 IPO는 홍콩 압승
밸류업 이후에도 해결할 과제 산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홍콩 자본시장에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이 찾아왔다. 2019년 민주화 운동과 이후의 국가보안법 등 정치적 격변으로 추락했던 아시아 금융중심지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거래소는 글로벌 거래소 중 실적 1위를 기록했다. 117개 기업이 상장했고, 2천858억 홍콩달러(약 53조6천억 원)가 조달됐다. 이는 재작년과 비교해 2.3배 커진 액수다.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이 주요국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으나 이는 주식유통시장(Secondary Market)에 국한된 이야기다. 주식발행시장(Primary Market) 측면에서는 홍콩 증시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몰두할 때 홍콩은 '혁신기업과 모험자본의 요람'이라는 자본시장의 본질에 충실했다. 지난해 홍콩시장 상장사 중 절반은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였는데, 홍콩거래소가 우주·인공지능(AI)·자율주행·바이오 등 혁신기업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다.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5월 기술기업 기업공개 전담팀을 신설했고, 기술개발 초기 단계 기업의 보안을 위해 비공개 상장심사 제도도 도입했다.
올해도 홍콩 자본시장은 황금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자문업체 PwC는 홍콩거래소가 올해 3천200억 홍콩달러 이상의 기업공개를 성공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홍콩거래소가 뉴욕거래소나 런던거래소에 비견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기업이 뉴욕이나 런던이 아닌 홍콩에서 주식을 발행하려는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근무하는 한 IB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홍콩에서 주식발행 움직임이 활발할 전망"이라며 "일부 글로벌 기업도 홍콩 시장에서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중화권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홍콩 자본시장을 찾는 배경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한동안 홍콩을 떠났던 글로벌 큰손이 돌아왔다는 게 IB업계의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인 투자자가 인기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에 투자하고자 경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을 홍콩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제도다. 그중에서 코너스톤(주춧돌) 투자자 제도가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너스톤 투자자란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뒤 공모주 일부를 먼저 배정받는 혜택을 누리는 기관투자자다.
홍콩이 2007년에 처음으로 코너스톤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공모가 신뢰성 때문이다. 전문성 높은 장기 기관투자자가 동의한 공모가는 적절하게 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장점을 인정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은 홍콩에 이어 코너스톤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기업공개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등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다. 코너스톤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2018년부터 제기됐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이 수년째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 상장사에 적용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자본이 신규 상장사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도록 묶어둘 제도적 유인도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상법 개정 등으로 자본시장의 과제를 해결했고,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축하할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시장을 발전시키길 바란다. 한국 자본시장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아직이다.
ytseo@yna.co.kr
서영태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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