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야, 어제 봤어? 떨어질 땐 5% 빠지더니 하루 만에 복구하는 거."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 5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은 사뭇 뜨거웠다.
삼삼오오 모인 무리의 대화 주제는 '기승전-주식'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뚫고 코스닥이 1,000 고지를 밟았지만, 정작 시장을 바라보는 2030 사회초년생들의 표정은 기대와 공포가 뒤섞인 복잡미묘한 모습이다.
누군가에게는 '계층 사다리를 탈 마지막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5천피 시대.
2030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건 거품이다"…냉철한 현실 인식파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김신동(남·33)씨는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에 냉소적이었다. 그는 이번 상승장이 실물 경기와 괴리된 '유동성 파티'라고 진단했다.
김 씨는 "환율 효과로 주가 레벨이 높아진 것일 뿐, 코스피의 실질 가치가 올랐는지는 의문"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이 지수를 끌어올린 건 맞지만, 이걸 '기회'라고 부르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금 유동성이 많지 않은 월급쟁이 입장에서 빚내서 투자(빚투)하기엔 금리도, 시장 변동성도 너무 높다"며 "자산 가치 방어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일 뿐,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 포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허 모씨 역시 스마트폰 속 급등락 차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수 경기는 바닥인데 반도체 하나 믿고 가는 '외발 자전거' 장세"라며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고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직 싸다, 더 간다"…구조적 상승론자
물론 다른 시각도 있었다.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뀌는 '리레이팅' 구간이라는 것이다.
금융사에 재직 중인 류모(36)씨는 "3,000에서 5,000까지 급하게 오른 감은 있지만, 이는 상법 개정 등 정책 효과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실적이 좋아도 주주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국면"이라며 "향후 3차 상법 개정 등이 진행되면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자산운용사 매니저도 "MZ세대 매니저들은 우주·로봇 등 성장 섹터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 포지션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외국인 자금이 일부 빠지더라도 한국 기업의 하드웨어 강점은 여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과열 속 기회를 찾아라"…신중한 실리파
대다수 평범한 사회초년생들은 '거품론'과 '기회론'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대학 내 컨설팅 학회에서 활동 중인 A(27)씨는 "시장을 이분법적으로 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과열이지만, 이는 구조적 성장을 선반영하는 과정"이라며 "과열과 기회는 동시에 존재한다"는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갓 수습 딱지를 뗀 B기자(27) 역시 "무조건적인 낙관도,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며 "전체 지수가 아닌, 성장 스토리가 확실한 섹터 안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롤러코스터 장세, 2030의 '생존 본능'
실제로 최근 증시는 2030 투자자들의 '멘탈'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간 코스피는 20% 넘게 폭등했지만, 2월 초에는 하루 만에 5%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다음날은 곧바로 6% 급등했지만 이날 또다시 3% 넘게 하락 중이다.
미국 연준(Fed)과 한국은행이 통화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은 기대감과 공포 사이를 오가며 하루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퇴직금(IRP) 운용을 고민 중이라는 사회초년생 C씨(26)는 붉은색과 파란색이 번갈아 뒤덮는 화면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 며칠 사이 변동성은 정말 미친 수준"이라며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월급 모아 투자하려는데 세상이 참 '빡세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제 막 자산 형성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기회보다 공포로 다가오는 셈이다.
유례없는 호황장이라는 화려한 수치 뒤편, 2030 세대는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치열한 생존 전략을 짜고 있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