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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의 어프로치] 금융지주 회장의 '생산적 금융' 뽐내기

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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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인포맥스) KB금융그룹의 전북 이전 소식을 접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접 "KB그룹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자 KB금융 내부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으로부터 5년 만에 들어보는 칭찬" "연임에 성공했을 때보다 회장님 얼굴이 더 환해졌다"며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다. 금융을 향해 "가장 잔인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영역"이라며 질타하던 대통령이 처음으로, 그것도 KB금융을 콕 집어 공개 칭찬하니 그럴만할 것이다.

KB금융은 지난 28일 전북혁신도시에 'KB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입점할 예정으로 임직원 250명이 상주하기로 했다. 정부의 '5극 3특'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발맞춰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다. KB금융은 직원 100여명을 추가로 내려보내기 위해 통 큰 인센티브도 구상하고 있다.

KB금융이 한발 먼저 치고 나오자 리딩금융그룹 경쟁사인 신한금융도 바빠졌다. 진옥동 회장 특유의 센스로 항상 정책이슈를 선점했었는데 하필이면 대통령의 첫 칭찬을 놓치면서 내부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신한금융은 바로 다음날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자본시장 허브를 구축하겠다며 KB금융보다 50명 더 많은 300명을 상주시키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늦게나마 대통령의 칭찬도 받아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신한금융이 '이재명표 푸드뱅크'로 알려진 보건복지부의 그냥드림 사업에 3년간 45억원을 지원한다는 보고를 받고 "고마운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통령의 칭찬이 이제 나머지 금융지주들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KB와 신한이 전북혁신도시에서 치고 나가자 JB금융지주의 '홈그라운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하나·우리·농협금융도 전략·기획담당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눈에 들만한 거리를 찾아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코드 맞추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핵심 국정과제인 '생산적 금융'을 두고 조단위 계획을 쏟아내며 '쩐의 전쟁' 서막을 울린 데 이어 모범생 회장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 단독으로 대통령 국민임명식과 작년 9월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했고, 같은 달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이 대통령의 일정에도 동행했다. 지난달 대통령 중국 순방길에도 지주 회장으로는 유일하게 함께했다. 갓 연임에 성공했거나 도전을 앞둔 타 금융지주 회장들 입장에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숫자 경쟁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임 회장은 5대 지주 중 가장 먼저 생산적·포용금융에 80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하자 타 금융지주 회장들은 선제공격을 놓친 탓에 규모를 100조원 단위로 키워 통 큰 베팅에 응수했다. 작년 말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도 나란히 정부 키워드를 심은 조직으로 재구성했다.

금융지주들의 뽐내기 경쟁은 사소한 곳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생산적 금융협의체 회의에 KB·우리금융만 참석한 것을 두고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추궁했다고 한다. 금융당국 고위급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이다. 금융지주 임원들은 대통령의 X(옛 트위터)를 모니터링해 경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게 하나의 숙제가 되어버렸다.

금융지주가 신정부 출범과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대기업처럼 실질적인 주인이 없고 규제가 강한 금융업 특성상 공공적 성격은 여전히 유효하며, 사회적 책무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다만, 이런 선의의 경쟁이 지주 회장들의 연임 이슈와 맞물려 새 정권에서도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는 점은 한계로 남아있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난 전례가 있는 만큼 현직 회장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특급 칭찬'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는 마치 미래로 가는 황금열쇠 같지 않았을까.

다만 정부 정책과 기조를 맞추고 실행하려는 수준을 넘어 대통령의 칭찬이 금융지주의 '황금티켓 증후군'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금융지주 회장이라면 누가 먼저 대통령에 '예스'를 외치는지 경쟁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이 가야 할 방향과 경영철학에 따라 정책에 협조하는 방법을 신중히 검토하는 게 먼저다. 금융지주 회장이 단순히 뽐내기 경쟁을 하기에는, 그에 따르는 시간적·물질적 비용이 너무 크다. (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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