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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람이 미래다] 여의도도 AI 시대…경영부터 운용까지 이공계

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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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증권사 경영과 리서치 주도

운용업계에서 퀀트는 이에 흔한 이름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인공지능(AI) 전환이 화두인 시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공계가 주도하는 변화가 한창이다. 소수의 이공계 인재가 경영과 리서치,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회사는 흔해졌고, 구성원 대부분이 이공계 인력인 핀테크도 적지 않아졌다.

◇이공계가 이끄는 증권업 혁신…리서치도 '공돌이'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중 이공계 출신 대표가 경영을 맡은 곳은 메리츠증권뿐이다.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장원대 메리츠증권 대표는 수학박사다. 같은 대학원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메리츠화재 등을 거치며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측정할 수 있는 '숫자'로 가늠해야 하는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수학은 강력한 도구다.

증권업계에 혁신을 일으킨 핀테크 증권사 3곳의 대표는 모두 이공계다.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고, 김승연 넥스트증권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배웠다. 현재 김승연 대표가 이끄는 넥스트증권은 AI로 생성하는 맞춤형 영상 콘텐트로, 투자정보에 목마른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제는 전통 증권사의 롤모델이 된 핀테크 토스증권의 김규빈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런대 전자컴퓨터공학를 졸업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토스증권은 뛰어난 이공계 인력의 집합소다. 네이버와 페이스북(현 메타), 쿠팡 등 국내외 주요 테크기업 출신의 토스증권 인재는 AI를 활용한 증권업 혁신을 주도 중이다. AI가 미국 기업의 실적발표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게 하나의 사례다.

지정학적 격변으로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이 중요해진 가운데 기술을 아는 이공계 출신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활약 중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이세철 리서치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테크&커뮤니케이션 헤드이기도 한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제조사뿐만 아니라 씨티의 글로벌 테크 분석을 총괄하는 유명 애널리스트다. 한양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센터장의 보고서는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필독할 정도로 영향력을 가졌다.

기술력 분석이 중요한 바이오 섹터에서는 이공계 출신 애널리스트가 유독 많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이 대표적이다. 코스닥 바이오기업 중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 분석으로 유명한 그는 아주대학교에서 응용화학생명공학 학사, 고분자생체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제약사 신약개발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연합인포맥스가 2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은 연구원이다.

◇퀀트 보편화된 자산운용업계…자연어처리가 화두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투자하는 퀀트는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익숙해진 지 오래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알고리즘에 기반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운용사 쿼터백자산운용과 손을 잡았고, 대신자산운용은 AI가 생성한 자산배분 모델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하는 연금상품을 운용 중이다. 흥국자산운용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즈업체 업라이즈투자자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하는 등 퀀트 인재 쟁탈전도 치열하다.

퀀트의 역사는 오래됐다. 1950년대 수학교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미국의 에드워드 소프가 '퀀트투자의 아버지'다. 그는 수학적 재능으로 월가에서 거대한 부를 형성한 최초의 수학천재로 평가받는다. 재작년 별세한 제임스 사이먼스도 유명한 퀀트다. 하버드대 수학교수 출신인 그가 창업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암호해독과 음성인식 분야의 과학자가 개발한 투자기법을 활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황제'로 불리는 켄 그리핀 시타델 대표는 1990년대부터 월가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현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인공지능퀀트전문가협회를 중심으로 업계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이 협회는 2020년 설립된 이후 한국 퀀트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홍곤 KB자산운용 AI퀀트&DI운용 부문장은 AI퀀트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선보인 다이렉트인덱싱은 편집 권한이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정량적 AI퀀트를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ETF를 만들어 몇 개월 단위로 리밸런싱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AI·우주산업 펀드를 운용하는 김현태 매니저는 서울대학교 물리학 박사 출신의 퀀트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를 솎아내며 투자자가 직접 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퀀트산업 화두는 자연어처리다.

김홍곤 협회장은 "과거에는 퀀트가 재무정보나 회계정보를 이용했다"며 "지금은 자연어처리를 이용해서 계량적인 정보를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자면 퀀트는 자연어처리를 활용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스피치를 분석한 뒤 투자 시그널을 찾아낼 수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이공계가 주도하는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협회장은 "최근에는 AI를 학습한 90년대생 인력이 금융회사의 IT(정보기술) 본부로 조금씩 들어오는 추세"라고 전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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