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상 코인·보유 코인 '불일치'…IPO·면허 갱신 '회의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빗썸의 비트코인 오(誤)지급 사태는 단순 직원 실수를 넘어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의 구조적인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수많은 의문점도 낳았다.
가장 큰 논란은 '장부 거래 의혹'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BTC)은 약 4만2천 개다. 이는 이용자가 위탁해 빗썸이 보관하고 있는 물량이고, 빗썸이 자체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다.
이번 '팻핑거' 사태를 통해 지급된 비트코인 수는 무려 62만 개였다. 보유 물량의 15배에 달한다. 거래소 금고에 비트코인이 없는데 어떻게 전산상 62만 개를 지급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이는 거래소가 실제 자산 없이 숫자만으로 거래하는 장부거래를 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상 실질 보유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필터링 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 지도 의문이다. 증권사나 은행이었다면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이 이동할 때 여러 단계 승인과 시스템 차단이 작동한다.
그러나 빗썸은 단 한 명 직원의 단위 실수로 수십조 원이 즉시 고객 계좌에 꽂혔다. 빗썸 내부 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거나, 고액 출금·지급에 대한 경고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셈이다.
미회수된 비트코인 125개의 행방과 이미 현금화한 이용자를 상대로 한 강제 환수 가능 여부도 쟁점이다. 빗썸은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의 99.7%를 회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약 125개는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빗썸은 해당 금액을 회사 자산으로 메우겠다고 했다. 다만 오지급된 돈인 줄 알면서도 인출한 사용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 여부를 두고 향후 법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빗썸 상장과 면허 갱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빗썸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면허 갱신 시기도 도래했다.
VASP 면허 갱신을 앞둔 상황에서 빗썸에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권 승인이 회의적일 것이란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긴급 현장 조사에 돌입한 만큼, 이번 사태가 빗썸의 제도권 진입에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빗썸이 고의로 장부 거래를 했거나, 자산 보관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밝혀질 경우 빗썸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영업정지나 VASP 면허 박탈 등 영업 규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근본적인 신뢰 문제를 건드렸다. 거래소 내부 장부의 숫자가 실제 보유 코인 숫자와 일치하는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뢰의 벽이 무너진 빗썸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분위기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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