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안전장치였지만, 유동성 차단으로 시장 마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근 일주일 새 세 번이나 발동된 사이드카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은 이미 폐기한 제도를 한국만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987년 '블랙 먼데이' 사태 이후 사이드카 제도를 도입했다. 선물 시장과 현물 시장이 연동돼 주가가 급락하는 악순환을 끊고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5분간 보류시켜 투자자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 제도를 오래 유지하지 않았다. 1999년 2월 사이드카 규정을, 2007년 11월에는 지수 차익거래를 제한하는 '트레이딩 칼라' 제도를 잇달아 폐지했다.
인위적인 거래 차단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고 프로그램 매매가 제공하는 순기능인 유동성 공급마저 차단한다는 지적에서다.
대신 미국은 2013년부터 'LULD' 장치를 도입했다. 이는 시장 전체를 제한하는 대신 개별 종목의 가격이 직전 5분 평균가 대비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하면서 거래는 계속 체결시키는 방식이다.
이웃 나라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기에 주가 하락을 가속하는 범인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지목하고 지수 차익거래 규제를 강화했다. 선물 거래 증거금을 인상하고 거래 시간을 제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이 떠나자 1996년 '금융 빅뱅'을 선언하고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했다. 대신 '특별기세(special quotes)' 제도를 통해 가격 급변 시에도 매매를 중단하지 않고, 호가 접수를 받으며 체결 속도만 조절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국내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도 이러한 획일적인 프로그램 매매 규제가 시장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해 왔다.
과거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프로그램 매매는 장기적 변동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단기 변동성은 확대시킨다"면서도 "헤지 거래 등이 포함된 비차익거래는 오히려 장중 변동성을 감소시켜 시장을 안정화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비차익거래를 사이드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시장 방향과 프로그램 매매 방향이 일치하여 변동성을 증폭시킬 때만 발동하는 '비대칭적 조건부 발동'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우백(방송통신대)·박종원(서울시립대) 교수팀 역시 2012년 논문 '메스인가 도끼인가?(Scalpel or Hatchet?)'에서 사이드카가 시장의 주문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급변동 시기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이드카가 이를 강제로 차단함으로써 유동성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시장을 마비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격이 발동 기준선에 근접하면 투자자들이 거래 정지를 피하고자 매매를 서두르면서, 주가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기준점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는 '자석 효과'도 문제로 지목했다. 시장을 식히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발동 직전의 변동성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은 사이드카 제도를 대부분 폐지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시장 과열 또는 급락'을 알리는 경보 시그널로서의 기능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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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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