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적극 관여하도록 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올해부터 한층 강화됐지만, 운용업계 내에는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주주권행사 실무 경력을 쌓는 '훈련장' 역할을 할 운용업계가 관련 직무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인재들이 실전 경험을 축적할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경력자 풀(pool)이 좀처럼 두터워지지 못하는 배경이다.
그 결과 기금 규모 확대에 따라 당장 실전에 투입할 경력자가 필요한 연기금 업계부터 인력난을 먼저 체감하고 있다.
◇'26조' 주주권행사 담당자 단 2명
10일 연합인포맥스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상위 4곳은 모두 스튜어드십 관련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주주권행사 전담 조직 인원은 2~3명에 그친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자산(AUM) 기준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설정액이 26조5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경우 관련 조직 인원이 2명에 불과했고, 이들마저 ESG와 스튜어드십 업무를 나눠 맡고 있었다. 사실상 스튜어드십에 따른 주주권행사를 전담하는 인력은 1명에 그치는 것이다.
대부분 조직 내 거버넌스 전문가를 충분히 배치하기보단 외부 의결권 자문사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전담 조직 자체가 없는 자산운용사도 적지 않았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을 전문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평가 및 보상 체계가 갖춰져야 하나 인력 여건상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 결과 주주권행사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국내 상장회사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영진 안건에 대한 국내 민간 기관투자자의 평균 반대율은 4.5%에 그쳤다. 국내 연기금의 평균 반대율이 약 12.2%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아예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불행사 비율 또한 연기금은 0.25%에 그쳤는데, 민간 기관 투자자는 16.39%에 달했다.
◇'경력 쌓을 자리'가 없다…경력자 인력난의 악순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성숙하지 못하면서, 관련 인력 양성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운용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이 업계가 성장하지 못해 의결권 행사와 주주 관여 활동 수행 경험을 가진 인력이 부족하다"며 "최근 시장에는 다양한 이슈가 등장하고 정책적 환경도 변하고 있어,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결권 자문사가 관련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관투자자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경력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분석 방식이 다소 규범적인 측면이 있어, 기관투자자의 현장 업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자문사 내부에서도 충분한 경력을 보유한 인력은 제한적이어서,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인력) 수요 확대 시 효과적인 공급처가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탁자책임 업무를 전문적으로 본격 운영하는 기관들부터 경력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기금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권행사를 확대해온 국민연금공단은 기금 규모 증가와 정책 환경 변화에 발맞춰 수탁자책임실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는 중이다.
지난해 진행된 1~3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직 채용공고에서 수탁자책임 인력 채용을 각각 2명, 1명, 3명 채용하고자 했다. 응시인원은 각각 7명, 8명, 8명으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선발된 인원은 작년 한 해 동안 단 2명에 그쳤다. 1, 2차 때 각각 1명 선발했고 3차 채용에서는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채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결과다.
연기금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 제대로 된 거버넌스 전문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수탁자책임 업무와 관련해서는 애매한 경력을 가진 인력보단 차라리 신입을 뽑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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