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에 제가 늘 쳐다보고 있는 모니터가 있습니다. 한번 오셔서 스케치해보면 어떨까요."
이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업무 공간을 둘러보게 된 건. 도대체 뭐가 있기에 자랑하듯 기자들을 불러 모으는지 내심 궁금했다.
기대와 달리 첫인상은 싱거웠다. 크지 않은 개인 책상과 그 위에 쌓여있는 서류들, 바로 옆에 놓인 널찍한 회의용 테이블까지…. 별다른 게 없는 평범한 방이었다.
[촬영: 유수진 기자]
반전은 뒤돌아서니 있었다. 입구 바로 옆에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전력거래소 '일일 전력 수급 현황'이 띄워져 있었다.
각종 표와 그래프 등 수많은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정보량이 많았지만, 색깔별로 깔끔하게 분류돼 있어 어지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발전원별 출력 상황이 표기돼 있고, 시간대별 그래프로 그려져 있었다. 태양광과 풍력,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 수력, 가스, 유류, 석탄, 원자력 등이다. 출력 양에 비례해 색칠된 그래프 면적이 컸다.
전체 설비 용량과 피크 기준/현재 기준 공급 능력, 시장 수요, 예비 전력량 등도 적혀 있었다. 정상,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누어진 계기판에선 침이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상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현재 기온 등 우리나라의 기상 상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우리나라의 기후와 전력, 에너지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띄워둔 화면이었다.
김 장관이 책상에 앉으면 정면으로 이 모니터가 보였다. 회의 테이블도 화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도로 놓여있었다. 취임 후 따로 설치한 건 아니고 원래 있던 모니터에 이 화면을 메인으로 틀어뒀다고 한다. 장관의 요즘 '최대 관심사'란 뜻이다.
[출처: 기후부]
김 장관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그래프 읽는 법을 설명했다. "저녁에 에너지를 제일 적게 쓸 때는 60기가, 낮에 많이 쓸 때 95기가 가까이 된다. 시간대에 따라 35기가 차이가 난다"며 "작년 가을 연휴가 길었을 때는 40기가 이하로 내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양수로 흡수하거나 원전을 약간 줄여야 한다"며 "이젠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충돌할 게 아니고, 시기마다 자원들을 어떻게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갈지, 그러면서 어떻게 탈탄소화를 진행할지가 숙제"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매일 업무를 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이걸 들여다본다"고 했다.
오늘 같은 기상 상황일 때 어떤 발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계절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해 에너지 정책의 큰 그림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해당 화면은 과거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원전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그가 '에너지 믹스'로 선회하는 데도 역할을 한 듯했다.
전력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는 원전의 역할이 '숫자(출력용량)'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간대별 출력 상황을 보고 있으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간과할 수가 없다.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멈추면 전력 공급이 뚝 떨어진다. 김 장관 역시 "에너지 믹스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연장선상에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 신규 건설을 포함할 가능성도 암시했다.
김 장관은 "12차 전기본에 재생에너지와 원전, 석탄, 가스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합리적인지는 여러 의견이 있다"며 "계절별 시나리오를 포함해 안전성과 유연성, 간헐성 등을 해결해 가면서 어떻게 하는 게 최적의 모델이 될지 잘 시뮬레이션해 보고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세종=연합인포맥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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